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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착한 여자 1~2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공지영 소설을 만났다. <착한 여자>는 일간지에 1년 동안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한동안 소설로 만나지 못했던 작가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마주한다. 2018년 4판으로 출간하며 우리들과 만났다. 공지영 작가의 작품들은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우리들이 마주하는 문제들이 많기에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이번에 만나는 이야기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인에게 공감하는 반면 같은 여자이기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착한 여자>에서 정인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너를 낳아 다행이라는 말은 엄마의 유언이 되었다. 그 말을 남기고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엄마를 보내고 그 마지막을 지켜본 10살 아이의 마음을 우리들은 이해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전부였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남긴 한 마디는 정인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 삶에 족쇄 같은 말일까.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는 삶이다. 가정폭력과 아버지의 외도, 가족의 무관심 등으로 가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되어 준 사람은 명수이다. 동네 오빠 명수는 언제나 우는 정인의 곁에서 말없이 눈물을 닦아주고 웃음을 준다. 항상 옆에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것일까. 그녀에게 있어 정인은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때로 말이라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더 많이 필요한 법이였고, 진실 앞에서 사실은 아무 말도 필요 없을 때가 많은 법이다. - 1권 본문 274쪽
행복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실체가 어딘가에서 살고 있고 자신만이 거기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 불행한 것이다. - 2권 본문 207쪽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혹 태어남과 동시에 불행과 마주하는 일이 있다. 정인을 보고 있으면 행복이 사치라는 말에 실감한다. 정인에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가난이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소박한 꿈을 가진 그녀에게 그런 행복을 주지 않는다. 여자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다. 한 사람으로서의 삶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단숨에 읽게 된다. 어린 시절의 고통은 정인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족쇄이고 걸림돌이 된다. 어린 시절의 일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벗어나려 하면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늪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정인이 바라는 소박한 행복조차 용납하지 않는 것에 우리들은 가슴 아파 한다. 누군가에 의해서만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정인이 이제는 스스로에게서 웃음을 찾아가는 것을 보며 조금이나 힘을 내며 책을 덮는다.
책을 보며 여자 앞에 '착한'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정인의 삶도 착한이라는 단어에 얽매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는 어머니를 보며 착한 딸이 되려 했고 결혼을 해서는 착한 아내가 되고 싶었다.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맞혀 살아가려는 수종적인 시간들을 보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행과 마주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이기에 공감하면서도 이런 부분들 때문에 답답한 마음으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