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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평점 :
만만치 않은 분량의 나폴리 4부작을 읽었다.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폴리 4부작은 2,400여 쪽으로 꽤 많은 분량의 이야기이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다음 이야기는 언제 나올지 늘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만난 이야기가 마지막이라는 것이 아쉽다. 릴라와 레누를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유년기에서 시작한 릴라와 레누의 이야기는 노년기까지 이어진다. 두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과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에게 펼쳐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우리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등장인물들이 많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며 보던 1권과 달리 그다음 이야기부터는 간혹 모르는 인물들이 등장해도 넘어가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의 번역가가 주변 사람들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했다. 긴 분량임에도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다음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고 묻고 다른 쪽의 반응은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 읽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1권은 만났을 때는 인물관계도를 그려가며 읽었다. 그다음부터는 그리는 것을 포기(?)하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들의 정확한 관계를 모를지라도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2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4권의 제목을 보며 누구의 아이를 잃어버린 것인지 궁금했다. 유독 4권은 오래도록 우리들을 기다리게 했다. 레누가 사랑이라 믿었던 니노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사랑도 현실에서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질 수도 있다. 남들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레누외 니노도 그런 관계였을 뿐일까.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담아왔던 사람이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벌일 때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레누에게는 큰 상처로 남는다.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왜 이렇게 초라해지는 것일까.
내가 릴라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은 실은 내 감정의 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히려 내가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릴라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입에 담지 못할 무엇인가가 릴라의 머릿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 본문 509쪽
평행선. 릴라와 레누는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일까. 일정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레누는 끝까지 릴라에게 인정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쓴 마지막 글도 릴라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여자들의 우정이라는 주제 아래 이야기는 펼쳐지지만 그 안에 많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족관계, 가정폭력, 여성문제, 사회 문제 등을 보며 이탈리아에서도 나폴리가 가지는 의미는 클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은 나폴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지 않을까.
책을 읽는 내내 아쉬운 것은 역사적 지식이 없어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년기에서 노년기에 이르는 긴 시간동안 릴라와 레누가 함께 하는 것은 역사이다.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나아가 사회적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볼 수 있다면 이 책의 재미는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