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벤이 들려주는 벤 다이어그램 이야기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16
전병기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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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의 책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1단원의 집합 부분은 누구보다 열심히 합니다. 다른 부분들은 깨끗한데 집합 부분만은 공부를 한 흔적 때문인지 기분 좋은 지저분함이 있습니다. 처음 마음먹고 공부를 하겠다며 펼치는 부분은 집합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항상 처음 만나는 단원이고 어떤 단원보다 열심히 하지만 그리 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덜 하지만 늘 그렇듯 외우고 기계적으로 풀어나가고있기 때문은 아닐까합니다.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그공식에 맞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님에도 여전히 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해하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들에 있어 도움을 줍니다. 단순히 수학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존 벤이 들려주는 벤 다이어그램 이야기. 집합에서 벤 다이어그램을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배우는 집합에서만 벤 다이어그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합론, 확률론, 논리학,통계학, 컴퓨터 공학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벤다이어그램을 좀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1834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존 벤은 논리학자, 철학자, 수학자로 활동하고 벤 다이어그램을 최초로 고안하고 사용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집합에서 잠시 만나는 벤 다이어그램이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벤 다이어그램은 무엇일까요? 벤 다이어그램은 단일폐곡선을 이용하여 집합들 간의 상호관계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다이어그램입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곤빌 앤드 카이우스 칼리지 다이닝 홀의 유리창에는 벤 다이어그램 문양이 들어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존 벤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단일폐속선의 벤 다이어그램을 알고 있지만 정말 여러가지의 벤 다이어그램들이 있습니다. 미로같은 이 그림들도 다 벤 다이어그램이라고 합니다. 음영을 넣은 것은 영역을 구분하기 쉽게 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함이라고 하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우리들은 배우는 수학에서만이 아니라 회사의 영업망 설계, 업무 실적보고, 각종 프레젠테이션 자료 재작 등 여러 분야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선행을 하는 아이들이나 중, 고등학생들이 보는 책이라 한정지어서는 안될듯 합니다. 저희 아이처럼 수학을 잘하지 못해도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수학의 세계에 접근하는 시간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고 수학을 잘하지 않는 친구이기에 내용이 다소 어려울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억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힐 이유는 없습니다. 어렵다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만화로 보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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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 전세계 25개 사막을 홀로 건넌, 아킬 모저가 들려준 인생의 지혜와 감동의 기록
아킬 모저 지음, 배인섭 옮김 / 더숲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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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여행을 가면 보통 눈에 담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것이 많고 우리의 눈이 쉴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사막을 눈으로 담아오는 것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곳들이 많지만 사막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사막뿐인 그 곳을 가는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하고 그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이 책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전세계 25개 사막을 홀로 건넌 아킬 모저.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건 열일곱 살 때라고 한다. 6주 동안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떠난 여행이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수 있겠지만 우리의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시간들을 보낸 것이다. 열일 곱살이면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학을 위해 공부하느라 방학때도 학교에 나갈 것이다. 이 시기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고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은 대학 입학 이후로 정해놓는 것이 다반사다. 그 나이에 자신이 계획을 세우고 훌쩍 여행을 떠날수 있는 환경이 조금은 부러웠다. 물론 그 나이에 꼭 여행을 해야하는것은 아니지만 다른 무엇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 시기에 공부와 대학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틈조차 없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열일곱 살 첫 여행 이후로 그는 중가리아 사막, 오다다흐라운 사막, 남부 사하라 사박, 고비 사막, 카이수트 사막, 시나이 사막 등 25개 사막을 혼자서 외로운 탐험을 한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폭염이라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더위는 그가 겪은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하라 사막은 대지의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혼자라는 것도 외로운데 더위와의 싸움에서도 이겨나가야하니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할말이 없다. 가끔은 무모할 정도로 더위, 외로움, 적막함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누구에게나 사막은 필요하다."

이 말은 아시아 사막의 위대한 탐험가 스벤 헤딘(1865~1952)이 한 말이라고 한다.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말이고 어려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쉽게 갈수 없는 곳이고 떠날 용기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힘든지도 모른다.

 

내가 완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고, 다른 어느 곳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을 떠올리는 곳이며, 때때로 상당히 부조리하게 변하는 인간 존재속에서의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인식의 절정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곳이다. - 본문 45쪽

 

 

아킬 모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그의 아내의 이야기도 잠시 나온다.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지 이렇게 가족을 두고 혼자 여행을 다닐때 남아있는 아내의 마음을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아네 리타 모저는 몇달이고 혼자 있는데 익숙하고 위험을 무릎쓰고 여행을 하는 남편못지 않게 자신의 삶 또한 대단한 모험이라고 생각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큰 이야기 속 이렇게 작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늘 뒤에서 묵묵히 지지하고 있기에 그는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자연 앞에서 느끼고 본 것을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사람이 사막을 탐험하고 여행을 한 내용만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막은 그에게 또 다른 삶의 공간이다. 사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에게 삶에 대해, 살아가고 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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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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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내가 아줌마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까? 누구나 그 상황이 되기 전에는 자신의 모습을 미리 판단할 수 없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미리 그려보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엄마, 한 사람의 아내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현모양처까지는 아니더라도 꿈꾸던 나의 모습이 있었다. 역시 결혼은 현실이고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변수'. 확실히 삶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고 내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결혼자체를 후회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으로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데는 많이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 안에 있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점점 작아지는 나를 보게 된다.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발랄한 아가씨까지는 아니였지만 나또한 예전의 나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주부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책속의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처럼 흘려 버릴수만은 없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저자또한 일을 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간다. 유난히 책을 좋아한 저자가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저자가 2009년 찾아간 사주카페의 '일월도령'을 만나고 싶다. '족집게'라는 그가 저자는 일을 그만둘거라 말하고 아이를 가지며 글을 쓰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자신과 맞는 상황들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하지만 '일월도령'이 말한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찾아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럼 나의 미래도 어느정도 알수 있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물론 '일월도령'의 예언때문은 아니지만 저자는 이제 자신만을 위한 일기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글로 남기는 일을 하고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모유 수유를 하며 좋아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마시지 못하고 한글을 뗀 친구의 아이를 보며 자신의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겠다는 열정을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기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평범한 주부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굉장한 독서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책과 관련해서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요소 중 하나는 저자가 말하는 책 이야기들이다. 내가 읽어본 책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보게 되고 읽지 못한 책들은 궁금하여 찾아보게 된다. 다른 책들과 절묘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버무리며 우리들에게 소소한 삶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작가는 답답한 자신의 삶에서 숨쉴수 있는 것을 찾았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책을 보며 숨쉴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보며 그것이 있다면 발랄한 아가씨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내 삶이 답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기다린다. 모두 다 잠든 시간, 창밖에는 외로운 자동차소리만 띄엄띄엄 들리는 까만 밤, 나 혼자 일기 쓰는 시간. 기껏 쓴 글이 변변치 못해도, 끝내 책을 낼 수 없게 될지라도, 그게 나를 숨 쉴수 있게 해준다면. 좋아, 잡고 놓지 않겠어. - 본문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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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미루지 마라 - 하버드대 긍정심리학 보고서
탈 벤 샤하르 지음, 권오열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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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행복이 무엇이길래 많은 이들을 행복한 삶을 꿈꾸는것일까? 그럼에도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사람들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 것이다. 우연히 얼마전 책을 읽다가 행복이라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작은 일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가족들이 추운 겨울 군고구마 이천원어치 사서 먹으며 더 많이 먹지 못한다고 신세한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같이 먹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그 가족에게는 고구마 이천원의 행복이 아니라 그 이상인 것이다. 우리들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즐기는 것을  미루고 다른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을 미루지 마라. 우리는 늘 무슨 일이든 미루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만큼은 미루고 싶지 않을 것이다. 책에는 저자가 말하는 101가지 행복 실천법이 담겨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행동과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중에 행복이 아닌 불행을 불러오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세상이 주는 기쁨에 새삼 감사하라,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라, 비관주의의 벽을 넘어서라, 인생의 좋은 것들에 감사하는 습관  등의 101가지의 실천법을 보면서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행복을 꿈꾸지만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101가지 이야기들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나또한 내가 부족한 점이나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걷기'를 보면서 평소 부족한 자신감을 다시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발을 질질 끌거나 머리를 숙인 모습은 자신감과 활력이 부족함을 드러낸다. - 본문 41쪽

 

하늘을 좋아하고 하늘의 별을 좋아하지만 하늘보다는 내 발끝을 보며 걷는 아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조차 마음껏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감도 없고 안으로만 숨어드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고해서 그리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 글을 읽으며 이젠 당당하게 걷는 내가 되고 싶다. 아마 이런 작은 변화가 내 안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런지. 이 일을 미루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아야할텐데.

 

더 적극적이고 활력 넘치는 자세를 취하면 실제로 자신감이 높아지고 힘이 솟는다. 행동이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본문 41쪽~42쪽

 

책에서 101가지 행복 실천법을 말하고 있지만 결국 행복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위한 지도를 보고도 모른척 할것인지 지도를 보며 그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인지의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행복의 열쇠를 손에 쥐고 있지만 우리는 열지 못하고 있다.멀리서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마냥 나에게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리석음은 이제 벗어버려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내가 행복해지지는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행복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되지 않을까? 이제 그 열쇠로 행복의 문을 열어야할지 말아야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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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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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게 특별한 사람이다. 개인적인 편견 때문에 관심이 없었던 일본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고 음악을 많이 듣고 다른 장르의 많은 책들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다. 사실 처음 읽은 <상실의 시대>는 기대만큼 그리 큰 느낌은 없었다. 편독이 심하고 내가 먼저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라 해서 읽은 책이라 약간의 의무감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이 권했던 이유들이 그리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 다음해에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 다시 읽으며 그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잡문집. 에세이, 여러 책들의 서문과 해설, 짧은 픽션과 미발표작까지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는 '잡다' 하다고 할수 밖에 없는 구성이라고 했지만 우리들에게는 결코 잡다한 내용들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만남도 가질수 있다. 작가는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우리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복주머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우리들은 모른다. 그러기에 기대감이 크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우리들이 만날까 걱정을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는 복주머니라면 어떤 것이 들어있더라도 우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리 큰 실망을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만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다보면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게 된다. 개인적인 취미를 떠나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가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수 없어 음악을 먼저 접했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취미라고 하기에는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이 있기에 살아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축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 그림일 수도 있고 와인일 수도 있고 요리일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음악입니다. 그런 만큼 정말로 좋은 음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 본문 115쪽

 

개인적으로 아직 책읽기에 서툰 사람이라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주로 읽고있다. 또한 책 속에서 만나는 또다른 책을 좋아한다. 책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책들은 나에게는 보물찾기와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잡문집에서는 만나는 많은 작가들과 책들을 보는 재미도 크고 그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열심히 읽으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많고 만나지 못한 작가들이 많다는 것에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다.

 

번역가라는 이름으로 들려주는 많은 작품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과 <위대한 개츠비>이다. 물론 내가 읽었기에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작가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확실히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을 통해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작가는 <스티븐 킹>이다. 겨우 한 작품을 읽은 나또한 괴기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글을 보며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런 힘을 길러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스티븐 킹은 '스티븐 킹=괴기소설'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난 영역에서 좀더 많이 논의되어야 마땅하며, 또한 그는 틀림없이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 작가다. - 본문 288쪽~289쪽

 

처음 작가의 걱정처럼 마음에 들지않는 않는 글을 만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잡문집'이라는 말로 스스로 위안을 삼아보는 것은 어떨런지. 작가의 말처럼 '잡다'한 구성일수도 있지만 작품이 아닌 다양한 글로 만나는 작가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많은 숙제를 안겨준 책이다. 읽지 못한 작품들과 아직 만나지 못한 음악들을 하나씩 찾아가야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숙제가 아니라 나에게 소풍가서 가장 신나게 했던 보물찾기와도 같은 것이다. 보물을 하나씩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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