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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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내가 아줌마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까? 누구나 그 상황이 되기 전에는 자신의 모습을 미리 판단할 수 없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미리 그려보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엄마, 한 사람의 아내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현모양처까지는 아니더라도 꿈꾸던 나의 모습이 있었다. 역시 결혼은 현실이고 내가 꿈꾸던 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변수'. 확실히 삶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하고 내 생각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결혼자체를 후회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으로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데는 많이 걸림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 안에 있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점점 작아지는 나를 보게 된다.

 

 

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발랄한 아가씨까지는 아니였지만 나또한 예전의 나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주부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책속의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처럼 흘려 버릴수만은 없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저자또한 일을 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간다. 유난히 책을 좋아한 저자가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저자가 2009년 찾아간 사주카페의 '일월도령'을 만나고 싶다. '족집게'라는 그가 저자는 일을 그만둘거라 말하고 아이를 가지며 글을 쓰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때는 자신과 맞는 상황들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하지만 '일월도령'이 말한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고 하니 나도 찾아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럼 나의 미래도 어느정도 알수 있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물론 '일월도령'의 예언때문은 아니지만 저자는 이제 자신만을 위한 일기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글로 남기는 일을 하고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주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모유 수유를 하며 좋아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마시지 못하고 한글을 뗀 친구의 아이를 보며 자신의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겠다는 열정을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기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평범한 주부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굉장한 독서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을 책과 관련해서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요소 중 하나는 저자가 말하는 책 이야기들이다. 내가 읽어본 책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보게 되고 읽지 못한 책들은 궁금하여 찾아보게 된다. 다른 책들과 절묘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버무리며 우리들에게 소소한 삶을 알아가는 재미를 준다. 작가는 답답한 자신의 삶에서 숨쉴수 있는 것을 찾았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책을 보며 숨쉴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보며 그것이 있다면 발랄한 아가씨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내 삶이 답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기다린다. 모두 다 잠든 시간, 창밖에는 외로운 자동차소리만 띄엄띄엄 들리는 까만 밤, 나 혼자 일기 쓰는 시간. 기껏 쓴 글이 변변치 못해도, 끝내 책을 낼 수 없게 될지라도, 그게 나를 숨 쉴수 있게 해준다면. 좋아, 잡고 놓지 않겠어. - 본문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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