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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ㅣ 반올림 30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3년 9월
평점 :
힘내요. 정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 본문 85쪽
정체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발전하지 못하거나 한자리에 머물러 그침'입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개구리가 멀리 뛰기위해서는 잠시 멈춰 자신의 몸을 한껏 움츠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만을 보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머물러 있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정체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표제작인 정체와 함께 낙원, 미아, 승화, 폭우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문득 그 시간을 보낸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19살. 어른으로 가는 길목이 아닐까합니다.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은 어른들의 감시(?)아래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에게 맞춰서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갑작스러운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다는 생각입니다. 살아가면서 한 순간도 고민스럽지 않고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지만 19살에서 20살로 넘어가는 길목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합니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취업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해 또다시 공부하는 친구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학업을 선택하는 친구들. 같은 20세라는 나이를 맞이하며 처한 삶은 모두 다릅니다.
경주마처럼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입니다. 간혹 잠시 멈추려하거나 경로를 이탈하려하면 어지없이 누군가 채찍질을 합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달려온 시간들입니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내 생각보다는 다른 이들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집니다. 솔직히 나의 생각이 허용되지 않았던 시간들이고 내가 바라보는 내가 아니다라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나로 살았던 시간들이 많았던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당혹감, 어른으로 살아가야하는 두려움,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찾지 못해 혼란스러운 마음 등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는 문제들입니다. 책속에서 친구들이 고민하는 것만큼 읽는 나도 혼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은 어쩔수 없습니다. 솔직히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한다고 감히 조언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겪는 시간들이니 너희들이 풀어나가라 쉽게 말할수도 없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될 정체의 시간들. 우리에게 주어진 그 시간들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있어 살아가는 힘을 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한다.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다시한번 희망을 꿈꾸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찾아가고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하루 만에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 하다니…… 마냥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 솔직히 반쯤은 당황스러워. 우린 공부만 했잖아. 어른이 되는 법은 배운 적 없잖아. 우리 마음이 어떻든 우린 내일 스물이 되겠지. 누구도 어른이 되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나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딱딱하고 차가운 그런 어른 말고, 틀에 박힌 채 모가 나 버리는 그런 어른 말고……. 가까이 다가가면 뜨거움에 소스라치게 되는……딱딱한 결정체로 영원히 굳어 버리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엔 이렇게…… 조금은 뜻밖의 존재로 변신을 하는…… 그러 어른…… - 본문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