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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여름
카타리나 벤스탐 지음, 이유진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은 남자가 죽을 날이었다. 남자는 결심했으며,
준비가 다 되었다.- p.8
장르소설 <끝나지 않은 여름>은 한 남자가 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자는 죽는 순간에 딸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딸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남자에게는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사랑하는
누군가를 남겨주는 사람의 마음을 우리들은 헤아릴 수 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 드라마 '검법남녀'시리즈를 보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이야기와 맞물려 생각난다. 변호사 시린이 법정에서 보여주는 장면이나 시신을 보고 마츠와 샬로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풀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도 함께 추리하게 만든다. 이 과정은 추축보다는 범행 현장에 있는 증거나 증인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풀어가는 것임에도 처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자와 살해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휴고의 죽음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시린이 변호하는 사건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린 리셀롯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녀가 앞으로 어떤 결정이 할지 눈에
보인다고 말하면 성급한 판단인 것일까. 뉴스를 통해서도 만나는 사건이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단순히 남녀의 문제라며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리셀롯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나 공포
때문에 법정까지 가지 못하는 일들이 있기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건부터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몇 년 만에 이사벨라에게 연락이 온다. 가까운 사이였던 그녀는
도움이 필요하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 연락이 온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바로 답장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
연락을 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답장을 잠시 미루지 않을까, 시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문자를 받으며 시작한 사건의 숨은
진실들이 폭풍처럼 다가온다.
범죄자의 관점에서 이곳은 훌륭한
장소야. - p.348
흥미로운 문장이 눈에 띈다. '검법남녀' 백범 법의관은 부검을
하며 살인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문장이 나온다,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우리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아니, 그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이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휴고의 죽음으로 인해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들. 그
진실들을 마주하며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된다. 책 속에서만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피해자가 오히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피해자들의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치유되는 것이 힘들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만든 가해자들. 그들에게 '용서'라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