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 그림으로 남긴 순간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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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곳이다.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우리나라임에도 이국적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나에게도 '제주'는 특별한 곳이다.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추억이 많다. 처음 제주도를 간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3대가 함께 갔던 그곳을 2년 전 구성원이 달라진 3대가 갔다. 어릴 적 갔던 제주도는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사진으로 그곳을 기억할 뿐이다. 어릴 적 아빠 손을 잡고 다녔던 그곳을 다시 갔을 때 아빠는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행복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3대가 함께 다닐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자주 제주도를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곳을 찾으며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행복이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는 대리만족을 하게 해준다. 지금은 여행이 조금 자유로워졌지만 처음 코로나를 만나면서 우리는 여행을 가는 것조차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생각에 자제해왔다. 우리 가족들도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거의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책이라 너무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오래 머무는 여행,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지향한다.

그 수단으로서의 그림 여행을 권한다. - p.9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움만 가득 안겨주는 책이다. 언젠가 한 연예인이 가는 여행지마다 사진이 아니라 스케치를 하며 풍경을 남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을 보면서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풍경들을 눈과 마음에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에서도 제주도의 풍경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만난다. 본 것을 그림으로 이렇게 남길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제주 곳곳을 여행했다는 것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부러움도 크지만 건조한 우리의 삶과 시간을 그림이 위로하고 있다. 사실적인 사진과 달리 그림이 주는 포근함이 있는 것이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주의 동쪽과 서쪽 구제주와 신제주, 서귀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를 가본 분들이라면 내가 간 곳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가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어디를 여행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금의 공간과 시간에서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잠시 잊고 내가 찾아간 그곳에서 그곳의 시간들을 갖고 싶을 것이다.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를 보면 우리들도 어느새 제주도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의 힘든 시간들을 잊고 포근한 그림으로 전하는 제주의 이야기들은 우리들을 위로하고 있다. 단순한 여행지 소개가 아니라 제주의 사람들과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은 제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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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버지 단비어린이 문학
이정록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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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똥방패, 달팽이 학교 등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유쾌함 속에 따듯함을 만났다. 달팽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우리의 아버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늘 아이들을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정겨움과 따듯함이 가득하다. 



 

우리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엄마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큰 산처럼 느끼며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엄마처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지만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사람이다. 표지에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은 정말 다정해 보인다. 늘 묵묵히 우리를 지켜줄 것 같은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듯이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만나면서 가족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책에서 만나는 찬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친구들과 해맑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은 잊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린다.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에의 생활, 주변 풍경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정겨움을 더해준다. 장난꾸러기 찬세에게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다. 무심한 듯 던지는 한 마디가 찬세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뭔지 아냐?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느냐? 못 하느냐? 그 차이다!" - p.57

 

<아버지와 아들>은 어른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한다. 어릴 적 친구들과 걱정 없이 뛰놀던 시간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부모의 닮고 싶은 부분뿐만 아니라 닮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어느새 닮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어릴 적 생각하는 아버지와 어른이 되어 바라보는 아버지는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같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읽으면서 어른이 된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부모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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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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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행을 가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어딘가 떠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떠났던 여행의 추억들을 꺼내보거나 랜선 여행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는 이런 시기에 만난 책이라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반면에 이 책을 보면서 빨리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기도 한다.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소소한 일상들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여행을 떠날 때는 여러 감정들이 존재한다. 북적이는 곳에서 시간에 쫓겨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을 느낌을 전하는 책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눈길과 발길이 닿는 대로 편하게 떠나는 여행이다.  최갑수 시인이 14년 동안 120여 개의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담은 이야기는 잔잔함을 전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담은 사진들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풍경을 담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진만큼 따듯함을 전하는 것은 글이다. 우리들에게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여행에 관련된 책이지만 이 책을 보며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지금의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며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쨌든 여행은 즐거워야 하니까.
그건 삶도 마찬가지고. - p. 113

이 책에서는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도시들도 만날 수 있다. 여러 도시가 주는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이 시간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까.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크다. 지금은 그 즐거움을 누리기 힘든 상황이지만 책을 보며 지금의 이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한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보다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지에 대한 상상을 한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겠지만 희망이라는 것을 꿈꾸며 여행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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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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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경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내 이름은 망고>를 통해서이다. 그 작품을 보면서 스토리도 좋았지만 공간적인 느낌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캄보디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책을 읽었는데 이 책에서도 공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공간적인 이동을 한다는 특성이 있어서인지 진이와 함께 숨 막히는듯한 이동을 하며 단숨에 책을 읽게 된다.



 

기면증 때문에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한 진이는 '캐딜락 전당사'에서 일을 한다. 아버지, 12살에 처음 만난 정희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다. 캐딜락 전당사의 사장님은 누구보다 진이를 챙겨준다. 진이는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사실혼의 관계인 부모와 함께 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가지지 않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기면증'이 자신을 조금 힘들게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전의 삶과는 달라진다.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진이의 능력들이 흥미롭게 다가와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된다. 

 





'전당포'라는 공간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도박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공간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진 절박함은 살아가기 위한 것과는 다르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보여주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힘든 일이지만 성 사장님, 철민이 형과 함께 일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아빠와 정희 아줌마의 대화에서 포트, 케이트 등의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듣게 된다.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것은 행복일까. 아니면, 불행의 시작일까. 단순히 기면증이라고 알았던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을 선택하지 말고 상황을 선택했어야지. 사람이란 존재는 그 상황에 따라 천만 번도 달라질 수 있는 거야." - p.223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면서 밝혀지는 진실들과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그 능력으로 인해 누군가는 멀리하고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는 후회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만약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특별히 공간의 힘이 큰 것은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글이 아니라 눈으로 그것을 그려 보며 함께 이동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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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4 - 진실과 비밀 땅의 역사 4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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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겼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라면 우리들은 그 발자국을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원하지 않는 길이라면 발자국이 없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의 모습은 닮고 싶고, 누군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으면 그와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땅의 역사 4권에서는 놀라운 진실과 비밀의 사건들과 마주한다. 영원히 덮어두어야 할 비밀일까. 밝혀내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할 것일까.



 

땅의 역사 4권의 부제는 '진실과 비밀'이다. 두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들도 진실과 비밀을 품고 살지 않을까. 어떤 일은 끝까지 비밀로 남기고 싶고 어떤 일은 진실을 밝혀 사람들이 알리고 싶어 한다. 역사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경복궁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품계석이다. 이 품계석에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 세종대왕이 천재 과학자들과 만들었던 천문대 간의대는 지금은 볼 수 없다. 문헌에 남겨진 내용을 토대로 한 복원도를 보면서 우리의 과학기술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간의대를 헐어서 품계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경복궁을 들어서며 어떤 품계들이 있는지 하나씩 읽어보았는데 이제는 숨겨진 간의대의 비밀을 알았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보게되는 않을 것 같다.

 



2장의 '조작된 신화' 속 이야기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처럼 이야기 하는 것을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일명 '카더라 통신'이 진실인 것처럼 떠돌아 다니는 것이다. 정정이 되어도 잘못 알고 있던 일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읽었다는 내용은 실소를 자아낸다. 나또한 예전에 한 도서를 통해 그 내용을 보았기에 오랜 시간동안 그것이 진실이라 알고 있었다.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이 영화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분명 우리의 흥미를 갖게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다. 무엇이 진짜 모습인지 사실을 파악하고 진실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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