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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만화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이지만 얼마전 '수짱 시리즈'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이 책의 저자 '마스다 미리'. 1969년생인 저자는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시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이 작가의 출생연도를 주의깊게 본것은 이 책의 내용와 연관이 많기 때문입니다. 만화로 먼저 만난 작가는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만화가 아닌 산문집으로 만납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뭐든 다 할 줄 알게 되는 줄 알았지만,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뭐든 할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 본문 110쪽
어릴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뭐든지 할수 있고 못할것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막상 어른이라는 이름을 살아가면서 오히려 어린 시절보다 제약받는 것이 많고 어른이 되어도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못하는 것 투성입니다. 아직은 어른이라고 당당히 말할수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려니 조금은 마음에 걸립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많은 순간이 있지만 나보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러울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보면 다 예뻐 보입니다. 내가 젊음을 가졌을때는 동성보다 이성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젊은 여성들에게 눈길이 갑니다. 친구들과 모여서도 미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할때가 많아집니다. 젊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느끼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전에 만났던 작가의 만화들도 여성공감 만화였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산문도 여성들의 마음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여자이기에 공감하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젊음과 멀어지고 이제 중년의 시간을 보내며 노년을 향해 걸어가는 나에게 이 책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여자가 나이 든다는 것은 남자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특히나 내가 해놓은 것이 없다고 생각할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나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을수 있겠지만 나처럼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의 후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조금더 젊음을 즐기고 노력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친한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번화가로 나갔다. 노트를 사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그럼 예쁜 노트 찾으로 가자, 하고 다들 우르르. 이거 어때? 이쪽이 더 좋지 않아? 노트 하나 사는 것뿐인데 난리법석이다. - 본문 30쪽
여자라면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친구들과 샤프 하나, 노트 한권을 사더라도 함께 가고 고를때마 친구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그렇게해서 하나의 물건을 사고나면 우리들은 중대한 일을 해결한 것처럼 위풍당당하게 그곳을 나옵니다. 얼마전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을때도 그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는 물건의 종류만 다를뿐 우리들은 한 친구가 사는 물건을 고르는데 내것인처럼 심혈을 다해 골라주니 말입니다. 여자들에게는 이런 것이 우정인 것일까요. 어찌되었든 우리들은 그 물건 하나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것입니다. 그 물건이 나에게는 의미없는 것일지라도 나의 친구에게 좋은 것이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여자들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여자어른들의 이야기.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마냥 좋을것만 같지만 분명 싫은점도 있고 불편한 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들이 아니 어른이 된 우리들이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