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1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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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열풍이 불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덜한지도 모르겠다. 몇년전 처음 인문학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관련 책이나 강의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다보니 어떨결에 나또한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럴때 아니면 발을 들여놓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인문학을 접하게 된 것이다.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깊이가 없는 사람이라 처음부터 인문학 도서를 읽은 것이 아니라 인문학에 대해 알려주는 책들을 먼저 읽었다. 다소 어려울수 있는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처음 접한 책들은 내게는 어려운 책들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딱딱한 내용이라 생각한 나에게 그런 생각을 더 굳히게 한 것이다. 인문학에 대해 주춤거리고 있을때 몇권의 책을 다시 만났는데 그 중의 한 권이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이다. 과연 우리들을 쉽게 빠져들게 할까.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인문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징검다리

 

'첫 번째 징검다리'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여지껏 나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무리해서 두, 세개씩 건너뛰려 했으니 어렵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이제부터 차근차근 인문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다른 책들과 달리 시대별로 순차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작품들을 만나니 오히려 친근감 있지 않을까. 우리들이 수학을 공부할때 새 마음으로 집합만 파고들다 끝나고 역사는 선사시대만 공부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도 맹자, 장자, 플라톤의 <국가>등만 읽다가 지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그런 일은 없을듯하다.

 

현대사회 철학, 현대사회 문화, 역사, 정치철학, 과학철학, 현대 사상의 기초, 근대사상, 동서양 고전이라는 주제별로 관련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보통의 인문학 도서들은 각 작품의 소개나 해석, 작가의 소개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책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삶과 동떨어질수 없는 인문학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활자의 지루함이 아니라 강의를 통한 내용으로 들려주니 딱딱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이지만 목차 순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또한 나에게 조금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전체적으로 빠르게 훑어본 후 '2장 현대사회 문화를 보다'를 집중적으로 읽었다. 우리가 자주 찾는 패스트푸점이나 백화점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것들도 인문학과 별개의 내용이 아니다. 이와 관련된 인물은 '일의 사회학' 분야의 권위자인 '조지 리처'이다. 그의 저서들을 통해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읽을수 있고 한 기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수 있는 것이다.

 

특별부록으로 인문학 특강 CD가 제공된다. 활자로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우선 강의를 듣고 그것을 다시 만나도 괜찮을거라는 생각이다. 재미있는 강의를 듣다보면 흥미가 생겨 책을 읽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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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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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분들이 두 가지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동화 '선녀와 나무꾼'과 얼마전 정말 인기를 모았던 '별에서 온 그대' 라는 드라마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다 만날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나무꾼이 숨긴 옷으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지구인이 아닌 다른 별에서 온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흔한 소재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우리들은 휘지와 미르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호가 '교학'인 정휘지는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양반이라고 해서 권위의식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편에 서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누명을 쓰고 강원도 양양으로 귀양을 와서 그가 하는 일은 늘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부는 어느날 길을 걷다 가게 앞에서 자리를 펴고 있는 무당을 내쫓으려하는 성난 주인을 본다. 이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무당에거 도움을 준다. 보답으로 점괘를 봐주겠다는 무당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귀인을 만나는데 그 근처에 떨여져 있는 것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물체를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는 그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흘려버린다.

 

정휘지는 한양 본가로 간 하인 봉구대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에 오른다. 눈이 내린 깊은 산속에서 잠시 쉬는데 커다란 유성이 '위이잉'소리를 내며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다. 더 놀라운 것은 빛과 함께 한 여인이 모습을 나타낸다. 명주실처럼 희고 가느다란 머리결은 파도처럼 풍성하게 굽이치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 분명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수 없는 말만 한다. 133억 광년 정도 떨어진 트레나 운하에서 온 '유리아 미르' 라고 말하는 여인.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르가 사는 별에서는 성년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첫 단독여행을 한다고 한다. 그녀가 가려했던 곳은 2608년 8월 5일 한국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선시대. 천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이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오게 된 미르와 이해할수 없는 말들을 하는 그녀를 선녀라 생각하는 휘지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인생이란 항상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의 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1권 본문 29쪽

 

자신의 마음을 쉽게 들어내지 않는 조선의 선비와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다른 별에서 온 미르의 알콩달콩한 이야기. 언제까지 함께 할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쉽게 마음을 줄수 없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트레나 운하로 돌아가야만 하는 미르. 나무와 선녀꾼에서처럼 그녀는 날개옷을 입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까.

 

이 책은 네오픽션에서 출간된 로맨스 소설이다. 학창시절에도 읽지 않았던 로맨스 소설을 이제서야 읽으면 완전 빠져있다. 이전에 출간된 로맨스 소설도 다 읽었기에 이번 이야기도 출간되자마자 읽게 된 것이다. 상반된 성격의 두 남녀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설정도 재미있다. 어느 사랑이나 두 사람을 방해하는 연적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도 그런 인물이 등장하고 이들을 마음에 품는 이들도 있다. 전체적인 이야기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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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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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다음 생에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활동성도 많지 않지만 마음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기에 '나무'를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마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이였다. 말 그대로 무엇하나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나무의 삶 역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없고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가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지금도 그 생각에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필요하다면 내가 가진 열매를 아무말 없이 줄수 있는 그런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무는 나無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꽃을 주고 열매를 주고 그늘을 주고, 끝내는 모든 것을 주고도 끝까지 아무 말 없는 나 무(無)라는 말인가. - 본문 169쪽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위대한 자연앞에서는 그 마음을 잠시 잊게 된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자연앞에 서면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솔직히 어릴 때는 그런 말이 와닿지 않았다.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알아간다.

 

 

아침고요 산책길

나무 향기 꽃 내음 가득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초대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아침고요수목원 설립자이다. 젊은 시절 농촌으로 돌아가 흙과 함께 살겠다는 꿈을 가진 저자는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다. 나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사람이라 '원예과'를 가려했던 적이 있다. 물론 선생님의 설득에 못이겨 그쪽과는 전혀 다른 공부를 했지만 가끔은 원예과를 선택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좀더 나이가 들면 나만의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어 볼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곳의 수목원이 있다.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았지만 갈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알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 이기적인 마음과 욕심을 잠시 잊게 만들어준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한낱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휴식을 위한 공간이 아닌 것이다. 

 

 

<아침고요 산책길>에서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사계절을 만날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수목원의 풍경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난다. 자연과 인간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따로 인간따로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끔은 인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 자연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을 자연이라고 해야할지 혼란스러울때도 있다. 자연을 느끼기 보다는 만들어진 인공적인 모습을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들은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 단순히 아침고요 수목원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풍경만큼이나 이름도 예쁜 '아침고요'. 조선(朝鮮)을 의역한 이름을 가지게 된 이 수목원은 누군가의 꿈을 이루었고 그 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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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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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살고 싶다>. 2013년 처녀작인 청소년 소설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전작을 읽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청소년 소설이였던 전작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우리들을 쉽게 빠져들게 한다.

 

 

표지에 보이는 글자만으로도 누군가의 절박함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길래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제목을 보면서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절규처럼 다가왔다. 자신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는 한 사람이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살고 싶다." 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2002년은 한일월드컵과 제16대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 책의 화자인 이필립은 그 당시 전라북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이유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되뇌이는 것일까. 소대장의 노트에는 이필립의 이름 앞에 '관심사병'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참 조심스러운 일이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믿지 못할 사건을 만났다. 여러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의 중심에는 관심사병이였던 한 사람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이필립도 위험인물인 것일까. 사고를 쳐서 직속상관의 경력을 망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구분되어진 그는 어떤 인물일까.

 

이필립은 성경에 나오는 빌립이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개인적인 성향은 강했지만 군대 오기전까지 어떤 집단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자신감도 넘치고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 잘하는 그가 군대에 와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무슨 일이든 잘하던 그가 이곳에서는 실수도 잦고 그 일로 모욕이 따르다보니 자신을 부적응자에 무능력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 그가 할수 있는 말은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뿐일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곳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느날 자신에게 찾아온 한 사람. 국군광주통합병원에 다녀왔으면 하는 그의 말에 필립은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이 어떤 사건에 연류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정성한 병장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군대에 적응할수 없었던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눈 사람이 있다면 광통(국군광주통합병원)에서 만난 성한이다. 박대위의 지시에 따라 성한의 죽음을 둘러싼 일들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군대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의 일들은 여성들이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도 많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는 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둘 자신의 무용담을 말할때 우리들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들이다. 또한 그 안에서의 정확한 생활을 모르니 여성인 우리들이 환상을 가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뉴스를 통해 들리는 사건이나 사고들은 알고있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평범하던 필립도 군에서 가서는 관심사병이 되고 무능력자,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는 군생활보다 군대 병원에서의 생활이 더 익숙하다. 그 곳은 군대와는 또다른 세계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들은 인간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동둥한 관계가 아니라 상하관계만 존재하는 그곳에서는 복종만이 살 길이다. 나의 의견은 없다. 보이지 않는 힘 앞에 나약해질수 밖에 없다.

 

바보야. 살고 싶으면 살지 그랬냐. 시를 쓰고 싶으면 쓰면 되지 않냐. 고통스러우면 그 고통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냐. 나쁘게만 변해가는 세상 같지만, 지금은 뭐 하나 나아질 구석이 없는 것 같지만, 살다 보면 너도 그런 고백을 할 날이 오지 않겠느냐. (증략) 넌,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왜 너 자신을 그렇게 볼 줄 몰랐던 말이냐. - 본문 272쪽

 

성한의 자살로 인해 하나씩 벗겨지는 사람들의 가면. 성한이 마지막으로 남긴 '살고 싶다'라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돈냄새, 권력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를 맡을줄 알았던 선한이 죽을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화가 난다. 그의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내 버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더 화가 나는 것은 책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며 아직도 가면을 쓰고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 진실이 밝혀지기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힘으로 누군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대 사람으로 만날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알지 못해는 세계의 이면을 알아가는 것이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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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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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지리 않는 작가이다. 간혹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생각이 들때마다 우리집에 있는 소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일본 소설을 접하더니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말그대로 푹 빠져버렸다. 엄마의 입장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한 장르의 책을 들여다보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읽는 작가들의 책을 멀리했다. 그러다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이가 공부는 뒷전이고 저렇게 책에 빠져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한두권씩 읽기 시작했다. 아이로 인해 히가시노 게이고 뿐만 아니라 미미여사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기시 유스케, 우타노 쇼고 등 여러 작가들을 알게 된것이다. 여전히 아이는 다른 책들은 멀리하고 하나의 장르에 빠져 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몽환화

 

몽환 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쫓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 본문 221쪽

 

이 문장은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으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목이 주는 의미와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될 이야기가 어떨지 조금의 실마리가 보인다.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표지가 주는 느낌도 몽환적이다. '꿈 몽'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서인지 벌써부터 현실에서 벗어나 그의 작품세계속으로 빠져든다. 그의 작품을 읽을때는 한시도 쉴수 없다. 중간에 쉴 틈도 주지 않고 쉴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거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만나게 될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한번 잡으면 절대 눈을 뗄수 없고 손에서 놓을수 없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두 개의 프롤로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사건. 하지만 이 두 개의 프롤로그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실마리이자 원인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프롤로그1. 일본식 단층집 사택에 살고 있는 신이치와 가이코는 자신들의 집을 갖는 것이 꿈이다. 남편 신이치가 출근할때 어린 딸과 함께 배웅을 가는 아내 가즈코.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흐리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어디선가 일본도를 들고 나타난 남자가 아무 이유없이 이들에게 일본도의 날카로운 칼날을 내민다. 남편의 등에서 일본도의 칼날 끝이 튀어나오는게 보이자 어린 딸과 함께 뛰기 시작하는 가즈코.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프롤로그 2. 매년 칠석 무렵, 가모 가족은 장어를 먹으러 간다. 장어를 먹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매년 나팔꽃 시장 두 시간 정도를 둘러본 후에야 장어를 먹으러 가는 것이다. 열네 살 소타에게는 이해할수 없는 가족 행사이다. 열 세살이나 많은 요스케형과 아버지는 나팔꽃 시장에 가는 것을 즐기기보다는 뭔가를 관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매년 나팔꽃 시장을 가야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 이유가 하나씩 밝혀진다.

 

이렇듯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강렬한 프롤로그로 인해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추리소설을 이야기할때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영화를 보기전 범인이 누구라고 말하거나 힌트를 주는 것처럼 맥빠지는 일이다. 그렇기에 작은 사건하나, 인물의 관계 등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이기에 전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사건의 출발은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강도 사건으로 일단락 되어지는 듯하지만 그가 키웠던 노란꽃이 사라지고 그것이 사라진 것에 의문을 가지고 나타난 사람들로 인해 프롤로그의 사건, 나오토의 자살 등 모든 것이 해결된다.

 

책을 언제나 가까이 해야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제격인듯.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몽환화. 연재에서 단행본 발간까지 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와닿는 시간은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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