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지리 않는 작가이다. 간혹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생각이 들때마다 우리집에 있는 소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일본 소설을 접하더니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말그대로 푹 빠져버렸다. 엄마의 입장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한 장르의 책을 들여다보는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읽는 작가들의 책을 멀리했다. 그러다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이가 공부는 뒷전이고 저렇게 책에 빠져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한두권씩 읽기 시작했다. 아이로 인해 히가시노 게이고 뿐만 아니라 미미여사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기시 유스케, 우타노 쇼고 등 여러 작가들을 알게 된것이다. 여전히 아이는 다른 책들은 멀리하고 하나의 장르에 빠져 있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몽환화
몽환 夢幻의 꽃이라는 의미일세. 그 뒤를 쫓으면 자기가 멸하고 만다고. - 본문 221쪽
이 문장은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으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목이 주는 의미와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될 이야기가 어떨지 조금의 실마리가 보인다.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표지가 주는 느낌도 몽환적이다. '꿈 몽'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서인지 벌써부터 현실에서 벗어나 그의 작품세계속으로 빠져든다. 그의 작품을 읽을때는 한시도 쉴수 없다. 중간에 쉴 틈도 주지 않고 쉴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거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만나게 될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한번 잡으면 절대 눈을 뗄수 없고 손에서 놓을수 없는 이야기이다.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두 개의 프롤로그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개의 사건. 하지만 이 두 개의 프롤로그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실마리이자 원인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프롤로그1. 일본식 단층집 사택에 살고 있는 신이치와 가이코는 자신들의 집을 갖는 것이 꿈이다. 남편 신이치가 출근할때 어린 딸과 함께 배웅을 가는 아내 가즈코.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을 흐리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어디선가 일본도를 들고 나타난 남자가 아무 이유없이 이들에게 일본도의 날카로운 칼날을 내민다. 남편의 등에서 일본도의 칼날 끝이 튀어나오는게 보이자 어린 딸과 함께 뛰기 시작하는 가즈코.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프롤로그 2. 매년 칠석 무렵, 가모 가족은 장어를 먹으러 간다. 장어를 먹는 것은 좋지만 그 전에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매년 나팔꽃 시장 두 시간 정도를 둘러본 후에야 장어를 먹으러 가는 것이다. 열네 살 소타에게는 이해할수 없는 가족 행사이다. 열 세살이나 많은 요스케형과 아버지는 나팔꽃 시장에 가는 것을 즐기기보다는 뭔가를 관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매년 나팔꽃 시장을 가야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 이유가 하나씩 밝혀진다.
이렇듯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강렬한 프롤로그로 인해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된다. 추리소설을 이야기할때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영화를 보기전 범인이 누구라고 말하거나 힌트를 주는 것처럼 맥빠지는 일이다. 그렇기에 작은 사건하나, 인물의 관계 등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이기에 전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사건의 출발은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평범한 강도 사건으로 일단락 되어지는 듯하지만 그가 키웠던 노란꽃이 사라지고 그것이 사라진 것에 의문을 가지고 나타난 사람들로 인해 프롤로그의 사건, 나오토의 자살 등 모든 것이 해결된다.
책을 언제나 가까이 해야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제격인듯.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몽환화. 연재에서 단행본 발간까지 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와닿는 시간은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