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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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살고 싶다>. 2013년 처녀작인 청소년 소설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전작을 읽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청소년 소설이였던 전작도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우리들을 쉽게 빠져들게 한다.

 

 

표지에 보이는 글자만으로도 누군가의 절박함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길래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제목을 보면서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절규처럼 다가왔다. 자신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는 한 사람이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모습으로 다가온 것이다.

 

"살고 싶다." 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2002년은 한일월드컵과 제16대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 책의 화자인 이필립은 그 당시 전라북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이유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되뇌이는 것일까. 소대장의 노트에는 이필립의 이름 앞에 '관심사병'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참 조심스러운 일이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믿지 못할 사건을 만났다. 여러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의 중심에는 관심사병이였던 한 사람이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이필립도 위험인물인 것일까. 사고를 쳐서 직속상관의 경력을 망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구분되어진 그는 어떤 인물일까.

 

이필립은 성경에 나오는 빌립이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개인적인 성향은 강했지만 군대 오기전까지 어떤 집단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자신감도 넘치고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 잘하는 그가 군대에 와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무슨 일이든 잘하던 그가 이곳에서는 실수도 잦고 그 일로 모욕이 따르다보니 자신을 부적응자에 무능력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 그가 할수 있는 말은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뿐일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 곳에서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느날 자신에게 찾아온 한 사람. 국군광주통합병원에 다녀왔으면 하는 그의 말에 필립은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자신과 연관된 사람이 어떤 사건에 연류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정성한 병장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군대에 적응할수 없었던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눈 사람이 있다면 광통(국군광주통합병원)에서 만난 성한이다. 박대위의 지시에 따라 성한의 죽음을 둘러싼 일들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군대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의 일들은 여성들이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도 많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는 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둘 자신의 무용담을 말할때 우리들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이야기들이다. 또한 그 안에서의 정확한 생활을 모르니 여성인 우리들이 환상을 가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뉴스를 통해 들리는 사건이나 사고들은 알고있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평범하던 필립도 군에서 가서는 관심사병이 되고 무능력자, 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힌다. 그는 군생활보다 군대 병원에서의 생활이 더 익숙하다. 그 곳은 군대와는 또다른 세계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들은 인간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동둥한 관계가 아니라 상하관계만 존재하는 그곳에서는 복종만이 살 길이다. 나의 의견은 없다. 보이지 않는 힘 앞에 나약해질수 밖에 없다.

 

바보야. 살고 싶으면 살지 그랬냐. 시를 쓰고 싶으면 쓰면 되지 않냐. 고통스러우면 그 고통을 이야기하면 되지 않냐. 나쁘게만 변해가는 세상 같지만, 지금은 뭐 하나 나아질 구석이 없는 것 같지만, 살다 보면 너도 그런 고백을 할 날이 오지 않겠느냐. (증략) 넌,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왜 너 자신을 그렇게 볼 줄 몰랐던 말이냐. - 본문 272쪽

 

성한의 자살로 인해 하나씩 벗겨지는 사람들의 가면. 성한이 마지막으로 남긴 '살고 싶다'라는 말이 살려 달라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돈냄새, 권력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를 맡을줄 알았던 선한이 죽을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화가 난다. 그의 죽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내 버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더 화가 나는 것은 책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며 아직도 가면을 쓰고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 진실이 밝혀지기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힘으로 누군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대 사람으로 만날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알지 못해는 세계의 이면을 알아가는 것이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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