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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곁을 떠난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날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일 경우에는 그 슬픔이 더 크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만약에라는 말로도 그들이 옆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다. 목소리 한번 들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을때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일까. 세상을 떠난 이들이 전화를 걸어온다.
"엄마야……. 네게 할 말이 있는데."
4년전 죽은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행복해요, 아빠. 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셨죠?"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아들의 용기를 자랑스러워했다. 아들의 입대로 잭과 도린은 이혼을 하고 4년 후에 두 명의 군인이 잭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그런 아들 로비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우리가 꿈꿨던 것보다 좋아, 캐스."
마흔 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언니 다이앤에게 전화를 받은 캐서린. 여느 자매들처럼 특별한 유대 관계가 있었기에 언니를 잃은 슬픔이 컸다.
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죽은 가족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이다. 발신자 표시는 '불명'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기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콜드워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기적인 것일까. 하나같이 전화를 걸어온 그들은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고통도 없고 사랑이 넘치는 곳에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들의 걱정을 해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까. 아니면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날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일까. 천국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송국에서도 찾아오고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한다. 조용하던 콜드워크는 방송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전화의 진실은 무엇일까. 진짜 천국에 있는 그들에게서 걸려온 전화일까.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북트레일러를 보고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짦은 동영상을 통해 전하는 이 책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았고 그 영상만으로 코끝이 찡해졌다. 곁에 없는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우리들이 어찌 알수 있을까. 그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면 더 애절할 것이다.
기억이 남아있다면 누구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북트레일러 중에서
천국은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 본문 380쪽
이 책의 작가 미치 앨봄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도르와 함께 한 인생여행>,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8년의 동행>등의 작품이 있다. 그의 책들은 대부분 죽음과 관련이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우리들이 생각하는 죽음과는 다르다. 공포스럽고 슬플거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 또한 죽음을 통해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끝까지 끈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과 이제는 그들을 보내주고 죽음을 인정하는 사람들.
이 세상을 떠난 그들에게 걸려온 전화가 따뜻함만을 준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우리들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도 있다. 그것마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떠난 뒤에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의 말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