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 강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지음, 독고 앤 외 옮김 / 멘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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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티머 J. 애들러의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현대인의 필독교양서이긴 하지만, 자주 인용되는 부분만을 발췌해서 읽어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후속저서를 읽는데, 사전지식이 미흡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전작을 언급하고, 그 정도는 기본적인 소양으로 알고 있을 거라는 단정을 여러 차례 등장시키기도 해서, 약간의 반발심과 강박증을 가지고 압도당하면서 읽게 된 것이 『토론식 강의기술』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는 기본적인 교육의 소양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말하기와 듣기에 대한 교육은 전무해지고 있다. 읽기와 쓰기 교육도 어떤 점이 미흡한지도 알지 못한 채 주입식으로 교육받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니, 애들러의 지적은 뜨끔뜨끔하면서도 안타까운 우리 교육의 한계를 바로 보게 만든다.


    전작에서 ‘어떻게 읽을까’를 논했다면, 이 책에서는 ‘어떻게 말할까’와 ‘어떻게 들을까’에 대한 개념부터 세우기를 촉구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출발한 ‘수사학’을 기원으로 하는 말하기 영역의 전통적인 접근이 외려 참신하게 들린다는 것은, 얼마나 대중없이 마구잡이로 ‘말해’왔는지를 절감하게 했다. ‘세일즈 토크’와 ‘강의 스피치’로 이분해서 언급하고 있는 바른 말하기 기술은 삶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 해당될 만큼 포괄적으로 쓰일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정치인들의 선동에서부터 목회자의 예배, 학문의 영역에서 쓰이는 강연자의 적절한 강의 기술까지, 생각 없이 말하고,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바르게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이것은 설득의 첫 번째 영역인 ‘에토스(성품)’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감정을 북돋우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두 번째 영역인 ‘파토스(동기부여)’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주장의 여지인 ‘로고스(논리)’가 지켜진다면 효과적으로 말하고, 들을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은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설득의 기술을 쓰고, 설득당하는 대화와 토론에 노출되어 살면서 그것을 반듯하게 인식하려는 자세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말하기, 읽기, 쓰기, 듣기 영역이 조화롭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갈고 닦을 필요를 절감한다. 학생이나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발언해야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며 주위와 어우러져야하는 순간을 더욱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정신으로 무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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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점 - 인생의 한 수, 어디에 둘 것인가?
마수취안 지음, 차혜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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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상의 배려가 한참은 부족한 듯하다. 3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은 필요 이상으로 두툼한 재질로 되어 있어 부풀어져있고, 거칠고 투박한 용지 탓에 읽다보면 재채기가 날 것만 같다. 속지와 겉지로 구분되는 표지는, 두 겹인데도 견고하지 못하고, 미끄러운데다가 실소가 날만큼 부실해서 읽는 내내 벗겨지는 통에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배의 시간이 걸렸다.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두툼하지만 쉴 새 없이 읽히기에 불편함 없는 손에 착 달라붙는 책으로 만들어주었더라면, 아니 그저 흔한 페이퍼백 형태로 만들지라도 미끄러지는 통에 자꾸만 놓치게 되지만 않는 책이었다면-


    『착점』은 중국의 역사상의 옛 선인들이 가득 등장해, 인생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을 함께 목도하고, 후일담을 논하면서 역할모델로 삼을만한 부분들을 속속 지적해주고 있는 책이다. ‘功(공)’, ‘守(수)’, ‘進(진)’, ‘退(퇴)’, 4장으로 나뉘어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쟁취해야하는 공의 비결, 잠시 내버려두어 간접적으로 성사해야하는 수의 비결, 용감하게 도전해서 업적을 이루어야할 진의 비결, 잘못될 경우를 염두 해 두고 만일을 대비해야하는 퇴의 비결을 성현들의 고사를 통해 알게 해주고 있다.


    기존의 자기개발서들이 고사를 인용하면서도, 유래를 밝히지 않아 답답했던 유수의 사례들이 65가지가 열거되어 있는데, 성인이나 군자로 추앙받았던 인물뿐만 아니라 소인배나 반역자, 간신들의 경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천태만상 인간군상의 치열한 생존게임이 고대사 속에서도 생동하며 퍼덕거리는 것을 느꼈다. 4가지 장의 구분은 상당부분 포개지거나 해석만 편의에 따라 달리하고 있는 면이 보여, 갈수록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읽다보면 같은 장의 인용과 분석 안에서 저자는 몇 번이고 태도를 바꾼다거나, 전장에서 언급했던 바를 360도 뒤집거나 태연하게 흑백의 논리를 번갈아가며 펼친다. 송의 재상이었던 왕안석의 고사는 두 번 등장하는데, 한 번은 ‘가까이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지 않아 실패했다’는 논리로, 또 한 번은 ‘자신의 소신대로 했기 때문에 명재상이 되었다’는 논리로 마무리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공자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윤리적인 기준을 저버리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으면서, 소인배들과 간신들에게 반감을 사서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축출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본의를 감출 줄 알아야한다’며 권모술수에 능하지 못함을 탓한다. 성품이 남다른 군자라 하더라도 관직생활에서 반감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해설과 소인 잡배들과 어울려 평판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해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내 짐작이 맞는다면, 『착점』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하나의 기준에는 부합하고 있다. 살아남아야 복수도 도모하며, 당대의 평판보다는 가문의 영속을 위해 때로는 신의를 저버릴 줄도 알아야하며, 간언하는 것도 모난 행동이어서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으니 육신의 안락을 도모할 줄도 알아야 현명할 때도 있다는 해석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책임하기도 하다. 저자는 인격이 여럿으로 나누어진 분열증이라도 앓는 모양인지 그 모든 것을 전복시키기도 한다.


    정말 태연하게 권모술수를 권하는 보기 드문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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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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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변에 앉아 있으면 절로 나른해져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 바글거리는 관광객 탓에 토박이며 갓 이사 온 주민들에게는 여행과 일상이 뒤섞여버리는 번잡함. 탁하지만 어김없이 강풍과 잔잔함이 깃든 강을 유영하는 보트들.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내 자리를 찾을 수 없어 겉돌며 어른이 되기를 강요당하는 그 즈음의 소년. 이쯤 되면 이야기를 시작해도 되겠지?
 
    사우스엔드는 런던의 하구에 자리 잡은 관광지이다. 원래 영국이란 나라는 햇살과 휴양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니, 해변과 일광욕만 할 수 있으면 그리 까다롭게 굴지 않을 것 같다. 템스 강이 지중해로 바뀔 리도 만무한데. 그런데도 영국이며 템스 강의 박무와 간간히 찾아드는 햇살 좋은 날에 익숙치 않은 나는 이탈리아의 짙푸르고 맑은 바다 위, 요트와 젊음과 파멸을 떠올리고 있다.

     알랭 드 롱이 헐리웃으로 건너가면 맷 데이먼으로 탈바꿈되지만 인격이 바뀌었으니, 그 정도는 눈감아 주며 본 <리플리>에서, 리플리는 딕을 사랑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울컥함과 좌절된 동일시에 그만 푸른 바다 위에서 치정살인을 벌이고 만다. 섬뜩한 생명력의 리플리는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의 섬세한 소년 핼과 하나도 닮지 않았지만, 덜컥 ‘죽임’을 당한 딕은, ‘죽어’버린 배리와 참 많이 닮았다. 사랑하는 순간에는 영원과 천상의 시간을 함께 누리지만, 열락이 지나고 나면 다른 상대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사랑에 구속받지 않을 수 있는 붙들어 매 둘 수 없는 영혼의 소유자들.

    배리가 표류하는 요트에서 핼을 ‘건져낸’ 순간, 핼의 뒤죽박죽인 일상마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겨우 두 살 위일 뿐인데도 배리는 핼에게 새 인생을 주고, 사랑을 주고, 앞으로의 매 순간을 지배해버리는 유일한 의미가 되어버린다. 소년과 소년이지만, 한 소년은 이제 소년이기를 그만두라는 강요(진학이냐, 취업이냐의 갈림길)를 받고 있으며, 한 소년은 하루의 반은 약에 취에 있는 심약한 어머니를 돌보며 유능한 가장이 되어있어야 한다. 문학에 심취해 있고, ‘밥벌이는 안 되지만 글 쓰는 천형’을 타고났다는 선고를 들은 선택받은 자들의 동류의식이 둘의 의식을 그토록 쉽고도 단단히 포개지게 만든다.

    죽음에 사로잡혀 있는 쪽은 핼이었지만, 덜컥 죽어버린 것은 배리다. 그리고 배리는 한 사람에게 자신의 전부를 주는 것을 가볍게 거부했지만, 상대가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에고의 소유자다. 길 위에서 날듯이 죽은 배리가 ‘무덤에서 춤추기’를 낙인처럼 남긴 것은 핼의 본성을 꿰뚫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핼에게 남겨진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배리의 환영과 무덤에서 춤을 추는 것의 의미를 더는 물을 수 없는 자의 고뇌와 이성으로는 이름붙일 길 없는 자기행동의 고립된 결과물이다. 죽어서까지 배리는 핼을 놓아주지 않는다.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할 자신의 그림자에 그럴듯한 형체와 회한을 듬뿍 안길 수 있는 그 맹세를 핼은 꼭 지킬 테니까.

     한때 ‘문학반’이란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참을 수 없는 뭔가가 있다. 그토록 성장통을 호되게 앓으면서도, 여린 속을 들킬까 더 빨리 어른인 채 해야 했던 그때를 거친 사람들은, 배리의 망령을 뒤집어 쓴 핼을 상식적인 잣대로 이해하지 않아도 마음의 영역에 불쑥 들어와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망자의 무덤에서 춤을 춘 핼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상담원이 커트 보네거트를 읽듯, 나 또한『제 5 도살장』을 잇따라 읽었다. 그리고 알게 된다.

     핼이 써내려간 세상을 이해시키기 위한, 그리고 자신다움을 되찾기 위한 광인의 기록들은 소금기둥이라는 것을. 뒤돌아보면 안 된다고 천명 받지만, 어쩔 수 없이 뒤돌아 보고나서 기둥으로 변해, 앞으로의 빛의 시간과 단절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기둥 안에서 치열하게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있는 이유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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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의 생일은 365일 미래그림책 23
론 바레트 그림, 쥬디 바레트 글, 정혜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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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아홉 살바기 벤자민의 즐거운 생일 파티가 막 끝났을 때,
벤자민은 너무 슬펐어요.
열 살 생일까지 꼬박 1년을, 365일을 기다려야 하다니!
즐거운 기분은 다 어디로 갔는지,
벤자민은 생일이 금새 지나가버린 것이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어요.

아하-!!!

벤자민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1년, 365일을 생일처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벤자민은 선물을 받고 포장을 처음 뜯을 때의 행복함을,
다음 날, 그 다음 날, 그 다음다음 날도 느끼려고 했어요.
오늘의 선물을 포장해놓고,
다음 날 아침, 태연한 얼굴로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을 거에요.


벤자민은 바보? 천재?

선물을 하나 씩 포장해두고,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척하는 벤자민,
눈 뜬 새 아침에 전혀 새로운 선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다음 번 생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요!

오늘 밤엔 TV를 포장했어요.
다음 날엔 냉장고, 욕조, 식탁, 제라늄 화분, 할아버지 초상화, 소파, 커튼, 베개, 자명종 시계...
집 안에 있는 어떤 것도 선물인걸요!
비록 만화영화도 못보고, 목욕도 못하고, 배고파도 참아야 하지만,
요런 난감함은 생일선물을 받았을 때의 '서프라이즈~'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거랍니다.

벤자민은 정말 웃겨요. 그리고 귀엽죠.
생활 속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 먹기 나름 아닐까요?
아이에게 생일처럼 특별한 날은 또 없어요.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을 주문할 수 있고,
그 날 만큼은 작은 왕처럼 모두에게 떠받들여져요.
생일이 아니라도, 아이의 하루하루가 응석과 투정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1년에 딱 하루>라는 메리트는 참 대단하거든요!
벤자민은 아홉 살이지만 소소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법이,
바로 자기 안에 있다는 비밀을 발견해내요.
아주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비우면,
365일이 내게는 매 순간 '1년에 딱 한 번뿐인' 특별한 날로 기억될 수 있어요.
요 조그만 벤자민 녀석, 보기보다 정말 대단한걸요!

집 안의 모든 가구며, 소품이며, 식기며, 집기며...
하루하루 포장하고, 포장하던 벤자민은,
이번엔 진짜 열 살바기 생일을 맞았어요.
꼭 1년 전의 생일처럼 친구들도 초대했고요.
친구들은 벤자민을 찾아 사다리를 타고 지붕 꼭대기로 올라가야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벤자민의 집이 커다란 포장지로 곱게 에워싸 있고,
바람에 기다란 리본이 깃발처럼 펄럭여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선물이라는군요!

와우!


벤자민은 더 이상 새로운 선물을 바라지 않을 거에요.
굳이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자기 앞의 모든 것들이 다 선물이고, 앞으로도 변함없을테니까!
어리지만 누구보다도 현명해요.
벤자민은 작은 철학자 같아요.
어른은 그래서 아이를 동경하고, 때로는 존경할 수도 있답니다.

일상의 특별함을 발견해버린 벤자민들이여-

아홉, 열 살 무렵의 생일처럼, 스물이 되고, 서른을 맞을 너희들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생일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너희들이 한 때 생일이 되면,
한 없이 반짝이며, 티없이 말끔한 얼굴로
주위를 따사롭게 만드는 미소를 짓곤 했다는 것을 기억하렴.
그 때의 기억이,
너희가 만날 어떠한 회색빛 생일이라도 무찔러 줄 힘을 줄테니!

<지금은> 하루하루가 생일처럼 마음 껏 응석부리며 지낼 수 있는 다시 없을 마법의 시간이란다.
너희들의 꼬박 1년, 365일이 늘 그렇게 특별하지 않더라도,
바로 <지금을>, 감사하며 살지 않는다해도,
기억하렴.
분명 365일, 매 순간순간이 내 생일이었던 그 한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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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냥꾼 이야기
마셔 파워스 지음, 김정일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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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크는 영웅으로 칭송받는 용맹한 용 사냥꾼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용 사냥꾼’이라는 천직을 더 화려하게 꽃피우는 선망의 대상인 그가 생각지도 못한 좌절에 장밋빛 인생이 점점 암울하게 변한다. 아들은 용 사냥꾼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내는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하고, 여자 친구는 외향적인 영웅다움에 회의를 느끼고 떠나버린다. 듀크의 심장은 점점 무거워져가고, 용 사냥꾼이 가져야할 민첩함과 빠른 발은 옛 말이 되어 난생 처음 용 사냥에서 실패를 겪는다.

    듀크의 좌절과 실패에서부터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무거운 심장’병에 걸려 비통, 불안, 두려움, 고통들이 점점 더 심장을, 듀크의 인생을 압박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구원이 찾아든다. 부엉이 현자 딕과 행복의 파랑새 맥신, 새로운 관점 학교의 윌리 등을 만나고 함께하면서 심장을 가볍게 하기 위한 구원의 여정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듀크에게 인식시키려는 최상의 법칙은 ‘나 스스로 변해야한다’이다.

    듀크는 전형적인 성공지향의 영웅주의 마초로,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권위적 가장이다. 아들이 용 사냥꾼이 되기를 거부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사실, 그간 아들과의 아무런 의사소통 없는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성공과 명예에 취해 가정에서도 갑옷을 껴입은 듯 고압적 태도로 일관한 그에게 아내가 호소한 외로움은 고스란히 듀크에게 전이된다. 문제는 아들과 아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결론을 너무나 더디고, 진저리를 치며 내리게 된 순간, 듀크는 심장이 가벼워져가는 것을 느낀다.

    성취지향의 인간형에게 쉽게 찾아드는 고질적인 강박증을 치유하는 과정을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완급으로 전해주고 있는 『용 사냥꾼 이야기』는 저자가 일부러 고른 아주 평의한 이론들, 유치할 만큼 직설적인 개념들, 상식적이긴 하지만 은연중에 외면하고 싶은 진리들, 책임을 전가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개인의 당혹감을 우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쉽기 때문에 어렵고, 일상적인 법칙이기에 늘 어기고, 그럴듯한 변명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궤도수정에 힘겨운 현대인에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듀크의 무거운 심장이 가벼워져가는 여정을 따라 읽으면서, 나 자신을 옥죄는 수많은 변명거리들을 내려놓기 위해, 은연중에 강요하고, 강압하고 있는 주변을 떠올려본다. 심심찮게 찾아드는 인생의 좌절감을 물리치기 위한 구원은 내가 요청하는 순간, 기꺼이 도움을 받을 열린 마음을 갖는 순간에 깃들게 된다는 소박한 진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내 안에 깃든 나 스스로가 키워낸 불평불만의 용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여유가 깃들기를,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함의 결과로 얻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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