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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점 - 인생의 한 수, 어디에 둘 것인가?
마수취안 지음, 차혜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편집상의 배려가 한참은 부족한 듯하다. 3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은 필요 이상으로 두툼한 재질로 되어 있어 부풀어져있고, 거칠고 투박한 용지 탓에 읽다보면 재채기가 날 것만 같다. 속지와 겉지로 구분되는 표지는, 두 겹인데도 견고하지 못하고, 미끄러운데다가 실소가 날만큼 부실해서 읽는 내내 벗겨지는 통에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배의 시간이 걸렸다.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두툼하지만 쉴 새 없이 읽히기에 불편함 없는 손에 착 달라붙는 책으로 만들어주었더라면, 아니 그저 흔한 페이퍼백 형태로 만들지라도 미끄러지는 통에 자꾸만 놓치게 되지만 않는 책이었다면-
『착점』은 중국의 역사상의 옛 선인들이 가득 등장해, 인생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을 함께 목도하고, 후일담을 논하면서 역할모델로 삼을만한 부분들을 속속 지적해주고 있는 책이다. ‘功(공)’, ‘守(수)’, ‘進(진)’, ‘退(퇴)’, 4장으로 나뉘어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쟁취해야하는 공의 비결, 잠시 내버려두어 간접적으로 성사해야하는 수의 비결, 용감하게 도전해서 업적을 이루어야할 진의 비결, 잘못될 경우를 염두 해 두고 만일을 대비해야하는 퇴의 비결을 성현들의 고사를 통해 알게 해주고 있다.
기존의 자기개발서들이 고사를 인용하면서도, 유래를 밝히지 않아 답답했던 유수의 사례들이 65가지가 열거되어 있는데, 성인이나 군자로 추앙받았던 인물뿐만 아니라 소인배나 반역자, 간신들의 경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천태만상 인간군상의 치열한 생존게임이 고대사 속에서도 생동하며 퍼덕거리는 것을 느꼈다. 4가지 장의 구분은 상당부분 포개지거나 해석만 편의에 따라 달리하고 있는 면이 보여, 갈수록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읽다보면 같은 장의 인용과 분석 안에서 저자는 몇 번이고 태도를 바꾼다거나, 전장에서 언급했던 바를 360도 뒤집거나 태연하게 흑백의 논리를 번갈아가며 펼친다. 송의 재상이었던 왕안석의 고사는 두 번 등장하는데, 한 번은 ‘가까이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지 않아 실패했다’는 논리로, 또 한 번은 ‘자신의 소신대로 했기 때문에 명재상이 되었다’는 논리로 마무리하는 것이 껄끄러웠다.
공자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윤리적인 기준을 저버리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으면서, 소인배들과 간신들에게 반감을 사서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축출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본의를 감출 줄 알아야한다’며 권모술수에 능하지 못함을 탓한다. 성품이 남다른 군자라 하더라도 관직생활에서 반감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해설과 소인 잡배들과 어울려 평판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해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내 짐작이 맞는다면, 『착점』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하나의 기준에는 부합하고 있다. 살아남아야 복수도 도모하며, 당대의 평판보다는 가문의 영속을 위해 때로는 신의를 저버릴 줄도 알아야하며, 간언하는 것도 모난 행동이어서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으니 육신의 안락을 도모할 줄도 알아야 현명할 때도 있다는 해석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책임하기도 하다. 저자는 인격이 여럿으로 나누어진 분열증이라도 앓는 모양인지 그 모든 것을 전복시키기도 한다.
정말 태연하게 권모술수를 권하는 보기 드문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