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냥꾼 이야기
마셔 파워스 지음, 김정일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듀크는 영웅으로 칭송받는 용맹한 용 사냥꾼이다. 대대로 물려받은 ‘용 사냥꾼’이라는 천직을 더 화려하게 꽃피우는 선망의 대상인 그가 생각지도 못한 좌절에 장밋빛 인생이 점점 암울하게 변한다. 아들은 용 사냥꾼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내는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하고, 여자 친구는 외향적인 영웅다움에 회의를 느끼고 떠나버린다. 듀크의 심장은 점점 무거워져가고, 용 사냥꾼이 가져야할 민첩함과 빠른 발은 옛 말이 되어 난생 처음 용 사냥에서 실패를 겪는다.

    듀크의 좌절과 실패에서부터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무거운 심장’병에 걸려 비통, 불안, 두려움, 고통들이 점점 더 심장을, 듀크의 인생을 압박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구원이 찾아든다. 부엉이 현자 딕과 행복의 파랑새 맥신, 새로운 관점 학교의 윌리 등을 만나고 함께하면서 심장을 가볍게 하기 위한 구원의 여정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같이 듀크에게 인식시키려는 최상의 법칙은 ‘나 스스로 변해야한다’이다.

    듀크는 전형적인 성공지향의 영웅주의 마초로,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권위적 가장이다. 아들이 용 사냥꾼이 되기를 거부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사실, 그간 아들과의 아무런 의사소통 없는 일방적인 강요에 의한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성공과 명예에 취해 가정에서도 갑옷을 껴입은 듯 고압적 태도로 일관한 그에게 아내가 호소한 외로움은 고스란히 듀크에게 전이된다. 문제는 아들과 아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는 결론을 너무나 더디고, 진저리를 치며 내리게 된 순간, 듀크는 심장이 가벼워져가는 것을 느낀다.

    성취지향의 인간형에게 쉽게 찾아드는 고질적인 강박증을 치유하는 과정을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완급으로 전해주고 있는 『용 사냥꾼 이야기』는 저자가 일부러 고른 아주 평의한 이론들, 유치할 만큼 직설적인 개념들, 상식적이긴 하지만 은연중에 외면하고 싶은 진리들, 책임을 전가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개인의 당혹감을 우화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쉽기 때문에 어렵고, 일상적인 법칙이기에 늘 어기고, 그럴듯한 변명에 더 익숙하기 때문에 궤도수정에 힘겨운 현대인에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듀크의 무거운 심장이 가벼워져가는 여정을 따라 읽으면서, 나 자신을 옥죄는 수많은 변명거리들을 내려놓기 위해, 은연중에 강요하고, 강압하고 있는 주변을 떠올려본다. 심심찮게 찾아드는 인생의 좌절감을 물리치기 위한 구원은 내가 요청하는 순간, 기꺼이 도움을 받을 열린 마음을 갖는 순간에 깃들게 된다는 소박한 진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내 안에 깃든 나 스스로가 키워낸 불평불만의 용 한 마리를 사냥할 수 있는 여유가 깃들기를,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함의 결과로 얻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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