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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 내 차로 떠난 실크로드&타클라마칸 14,000km
오창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여행기와 여행에세이가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일상을 탈출하고픈 이들이 많다는 것의 반증일까? 생활과 책무를 잠시 유예시킬 용기며, 결단력을 가진 이들이 풀어내는 여정의 성찰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길을 나선 그들 못지않은 감흥과 성찰을 느낄 수 있게 될 때가 분명 있다. 퍼스트 클래스와 오성 호텔, 일급 리조트로 호화롭기 그지없는 '관광'이 아닌, 진정한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도전하기 위한 자기 색을 가득 담은 여행이라면.
유사한 테마를 다룬 책들을 연이어 읽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실크로드를 다룬 전문서, 여행서, 에세이가 계속 소개되는 것은, 고대의 영광과 현재의 고단함을 함께 지닌 그곳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아서일 것이다. 실크로드 전공자부터, 그저 그 길이 가고파서 선뜻 떠난 여행자까지, 각양각색의 실크로드 관련 도서들은 사막의 변화무쌍한 변화를 담아내고 있어, 자꾸만 손이 가곤 한다.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는 사륜구동을 타고 14,000km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주파한 고교 교사 오창학 씨 일행의 여행기이다.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가 실크로드 전공자인 저자가 그 땅에 곤궁하게 살아가는 중국 내 소수민족들을 조명하기 위해 쓴 책이라면, 이 책은 실크로드와 소수민족, 고색창연한 역사적 자취보다는 사막 위를 달리는 캠핑 여행족이 주체로 다가온다. 2007년이면 한중 자동차 자유 여행 협정이 체결되어 더욱 편안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도 있는 그 여정을, 바로 ‘지금’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절실한 도전정신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백구’와 ‘파라곤’으로 명명한 두 대의 사륜구동이 달린 자취는 이미 모래바람결에 지워진지 오래겠지만, 그 뒤를 따르는 실크로드 자동차 여행족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듯하다.
전공자의 눈으로 들여다 본 실크로드의 어제와 오늘이 아니라, 일상을 잠시 유예시켜두었기에 다시없는 도전자가 되어 자신만의 실크로드를 발견해낸 생활인의 담백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같은 나라, 같은 유적, 같은 사람, 같은 문화를 격고도, 사막의 낮과 밤만큼이나 상반되게 풀어나가는 여정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자동차라는 길 위의 성채를 끌고, 사막의 겸손한 여행자가 되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들을 위한 세심한 조언들이 가득 실려 있어, 유사한 여행루트와 이동수단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탈과 방랑벽, 역마살과 재충전을 꿈꾸는 생활인들에게 선뜻 길을 떠나라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이리저리 잴 것도 많고 의지박약의 핑계 많은 우리네의 등을 확실히 밀어주고 있는 그런 여행서가 있다. 그 길이 실크로드이든, 네 바퀴로 가는 수 만 킬로미터이든,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가지라고 촉구하는 그런 책이 있다. 당신은 그 책과 만났는가? 그리고 길 떠날 준비는 이미 마쳤는가? 여전히 페이지를 넘기며 여행을 유예시키고 있다면, 조만간 떠날 수 있기를, 나부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