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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1 - 아사키유메미시
야마토 와키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일본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겐지 이야기를 처음 만난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일본의 장편소설이라길래 꺼내서 한 권 읽어보았는데 일본 이름이 너무나 어렵고 헷갈려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등장인물이 너무나 많아서 인물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또 나오니까 정말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만화로 된 겐지 이야기가 나오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일본에서 1700만부 판매된 베스트 셀러이자 2009년 후지 TV 애니메이션 방영이 시작한다고 하니 정말 인기가 많은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쁜 표지와 화려한 그림체가 나를 사로 잡았다. 책 안을 보니까 종이가 일반 만화책의 질이 아니라 빳빳한 교과서 재질이다. 일본에 갔을 때 만화책이 빳빳한 재질로 되어 있던데 원화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겐지 이야기는 헤이안 시대 중기에 무라사키 시키부라는 궁녀가 쓴 54권짜리 소설로 3대에 걸쳐 70년 동안에 전개된 방대한 소설이라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소설 속 주인공 겐지는 바람둥이다. 미녀, 추녀, 사랑스런 여자, 영리한 여자, 악령이 되어 나타나는 원한의 여자, 노파 등 광범위하고 심지어 의붓 어머니와도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는 인물이다.
천황의 아들로 태어나 신하 계급으로 격하된 주인공 겐지와 그 일족의 사랑과 고뇌, 귀족 사회의 암투와 갈등,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이 담긴 책이다. 이 만화는 일본 만화계의 중견 만화 작가인 야마토 와키가 「겐지이야기 - 아사키 유메미시-」라는 이름으로 재현한 만화를 번역한 것이다. 일본에는 겐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만화는 많지만 아름답고 섬세한 묘사와 철저한 고증을 통해 헤이안 시대 모습을 가장 완벽히 재현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겐지는 굉장한 바람둥이여서 여자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 책 속에 나오는 추녀를 보고 당황해 하는 겐지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는 사람을 통해 여자를 만나는데 요즘으로 말하면 소개팅이다. 소개팅을 통해 여자를 많이 만나는 겐지. 아직 겐지 이야기의 일부 중의 일부인 1권 밖에 안 읽어 봤지만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짐작이 간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다. 헤이안 시대의 카사노바 겐지로 소개하기엔 너무 가벼워 보이려나. 일본 고전 중의 고전 겐지이야기. 기대해도 좋을만한 작품이다. 소설로 겐지이야기를 읽을 엄두를 못낸 분이라면 꼭 만화책으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