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 춘향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3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끊임없이 재탄생 되는 춘향전

 

 

한국인으로서 <춘향전>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춘향전> 원문을 직접 읽은 사람은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읽으려고 해도 수많은 한자어와 고사성어, 한문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도 <춘향전>은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로 창작되어 왔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춘향전>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한자어나 고사성어 등을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현대어로 읽고서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춘향전>에 나타난 그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선 후기의 생활 모습을 바탕으로, '남원'이라는 지역의 특이성, '기생'이라는 직업의 특수성, 이몽룡의 아버지인 '이한림'의 벼슬, 이몽룡과 성춘향의 성격적 특성 등등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이라는 문학만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 조선 후기의 시대적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소설을 읽으면서도 역사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은 공부할 게 많은 청소년들의 이해력을 높여주는 데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어려운 말에 대한 각주도 달려 있고 그 당시 어려운 말들은 현대어로 고쳤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다. 고전 문학을 배우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정작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시험이나 수능에서 출제가 될 때에는 원문 그대로 나와서 그것을 해석하는 능력을 요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다양한 배경 지식을 쌓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면 좋을 듯 싶었다.

 

특히, 책 속에서 좋은 문구를 따로 보여주고 있는 점과 그림을 판화로 제작한 점들은 좋게 느껴졌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고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춘향전>에 대한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했던 터라 아쉬운 점도 있었다.

 

<춘향전>은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독자들을 몰입하도록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춘향전>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 채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춘향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독자에게 어떤 기대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춘향전>이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서 우리 앞에 나타날 지 기대해 본다.

 

 

* 네이버 책좋사 북멘토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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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전염병으로 인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

 

 

인간은 '불멸의 존재'를 꿈꾼다. 영원히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드랴큐라나 늑대인간, 마법사, 신과 같은 존재를 창조해 내었다. 이러한 존재들이 실제로 있을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인간은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유한한 존재로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인간은 수명 연장의 꿈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옛날과 비교해서 비약적으로 연장된 수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80세 시대에서 이제는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성도 나타나고 있는데, 늘어나는 수명만큼 경제적인 독립 문제와 함께 그때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100살 이상 살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데다가 몸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 오래 사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과 '건강'은 우리 삶의 최고의 가치로 급부상하게 된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메르스 사태'는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종식된 상태이지만, 최초 감염자의 발병으로부터 몇 주 만에 1000명 이상의 격리자가 발생하게 된 일련의 과정은 아직도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메르스가 조금 더 치사율이 높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퍼지게 된다면 국가 마비 상태도 충분히 예상할 정도로 혼란을 초래했던 것이다. 그 당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고, 사람들은 집 밖을 돌아다니지 않거나 여행을 취소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해서 엄청난 공포를 드러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피해를 입었는데, 전염이 된 곳이 병원 진료실이나 쇼핑몰 등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두 달 간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야마나시 고후시에 있는 류오대학 의학부속병원에서 원내감염이 발생하여 병원 폐쇄가 실시되었다. 감염된 사람들은 빨갛게 발진이 일어나고 열과 기침, 구토를 하면서 환각 등의 의식 장애를 겪게 되었다. 초기에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틀 만에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살아난 사람이 있었는데, 최후의 용자 4인이었다. 맨 처음에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고바타 고조였다. 그리고 그의 약혼자였던 오치아이 메구미가 전염되어 병원 밖으로 바이러스를 옮긴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고바타 고조가 오치아이 메구미와 함께 문병을 가서 만났던 개인 환자 93세 노인 오키쓰 시게루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치아이 메구미에게서 전염된 언론인 나카야 쿄스케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 중에서 고바타 고조는 최초의 발병 이후, 쓰러지고 나서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죽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오치아이 메구미, 나카야 쿄스케, 오키쓰 시게루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몸에 드래건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살아남은 사람이 되었다. 이들의 항체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게 되었고 그만큼 치사율이 낮아지게 되었다. 보통 이 병에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환각이나 두통 등의 후유증이 남았는데, 이 세 사람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생기고 말았다. 먼저, 오치아이 메구미는 염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걸 자기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나카야 쿄스케는 세상 모든 것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에 대한 투시능력이었다. 그리고 오키쓰 시게루는 점점 젊어지는 것에다가 다른 몸에 빙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들은 처음엔 자신들의 능력을 무서워 하지만, 바이러스 연구소의 도움으로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능력들을 더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상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들에 대한 TV 프로그램도 만들어지면서 그렇게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드래건바이러스의 또 다른 능력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드래건바이러스가 그들 각자의 몸으로 완전히 융합되면서 완전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완전체로서의 드래건바이러스는 스스로도 어떤 침입, 피해를 막는 방위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위시스템은 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돈도 어렵지 않게 벌면서 살아갈 수 있고, 어디든 맘대로 갈 수 있고 하늘도 날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좀처럼 세상이 만만치 않게 다가왔는데. 무슨 일을 하려면 할수록, 오해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진 듯이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도 쉽게 써먹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 아마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더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스파이더맨 등의 영웅들이 애인과의 관계에서 고민하거나 세상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정의감 외에 다른 감정으로 고민하는 것처럼,,, 영웅 노릇도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오치아이 메구미는 세상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바랐고, 나카야 쿄스케는 사람들의 불행한 미래를 볼까 두려웠고, 오키쓰 시게루는 얼마나 젊어질지 몰라서,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잠을 자지 못했다.

 

상상도 못할 능력이지만,,, 누구나 나름대로 고민하고 불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작은 병, 즉 생각지도 못한 전염볌으로 멸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꽤 두꺼운 편인데, 빨리 읽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리고 제목인 '마법사의 제자들'에서 '마법사'가 누구일까 고민해 보았다. 처음에는 고바타 고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드래건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것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마법사는 인류의 운명을 쥐고 있는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 공포심에서 비롯하고 있네. 폭력 사태는 공포를 강하게 느끼는 쪽이 먼저 손을 들어 시작하는 거니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 말다툼만이 아니야. 분쟁도 전쟁도, 힘으로 남을 억누르려는 건 공포심이 있기 때문이지." (356쪽)

 

 

* 네이버 블로클 황금가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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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 보그 온 시리즈
드루실라 베이퍼스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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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순함의 정수를 추구한 지방시

 

 

<보그>라는 잡지는 여성 패션 잡지로서 1892년 당시 사교계의 명사였던 뉴욕의 컨데나스트에 의해 월간으로 창간되었다. 벌써 120년 이상이 된 잡지로서 패션의 역사가 담긴 역사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보그는 발간되는 지역마다의 특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백과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판은 고답적인 취향이 강하고, 미국판은 일반성이 있는 내용에 취중하고, 영국판은 견실하고 수수한 면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부터 두산 잡지에서 발행하고 있다고 하니 패션에 대한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번에 그 잡지에서 패션계의 중요 인물을 집중 탐구하는 <보그 온> 시리즈를 내놓았다. <보그 온> 시리즈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인물들은 내가 읽은 위베르 드 지방시 외에도 랄프 로렌, 코코 샤넬,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등이 있었다. 다른 책들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터라 지방시를 읽게 되어 반가웠다.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녀를 자신의 뮤즈로 기용했는데, 특히,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사브리나> 등의 영화에서 지방시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처음에 입고 등장하는 드레스는 단순하지만 가장 완벽한 드레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찬사를 받았다.

 

 

 

지방시는 패션계의 미남 귀공자로서 40년에 이르는 활동 기간 동안 패션 뿐만 아니라, 영화 의상, 옷 원단, 모자, 화장품, 향수 등 외에도 무대 배경, 실내 장식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참여를 해왔다. 그에게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빼놓을 수 없는데, 지방시는 공공연하게 그를 존경하고 그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다음 사진을 보면 지방시와 발렌시아가의 스타일이 비슷한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둘은 개인적으로도 친밀하여 <보그> 잡지를 통해서도 함께 협업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왼쪽이 지방시의 옷이고, 오른쪽이 발렌시아가의 옷이다.

 

 

지방시는 자신의 옷이 유행을 타지 않기를 바랐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역시나 품격을 잃을 것 같지 않은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위해서 비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다. 지방시의 옷은 많은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었다. 코르셋처럼 몸의 라인에 딱 맞는 옷이 아니라 지방시는 여성들이 옷을 입고 편안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품이 넓으면서도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했다. 특히, 오드리 헵번 외에도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도 지방시를 즐겨입은 유명인사였다. 재클린이 입은 지방시가 그녀의 우아하고 단아한 면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방시는 다양한 모자를 만들었고 여성 옷감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다음 사진에서 지방시의 화려한 모자와 함께 그의 마지막 켈렉션에서 발표한 옷도 그가 아직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우아함의 극치를 추구하는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방시의 옷보다는 그의 향수와 립스틱을 먼저 접했다. 내가 브랜드를 많이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고 유행을 타지 않고 그러면서도 활동하기에 편안한 스타일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선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시의 철학을 읽으면서 향수와 립스틱 외에도 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를 알게 되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 가치관 등에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을 좇았다._위베르 드 지방시

 

 

* 네이버 책콩 오일북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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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수요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윤미향 지음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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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아니, 2015년 현재 25년 동안 매주 수요일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그리도 외치고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최장기 집회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집회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다. 2015년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기념할 만한 해이다. 그래서 중국 백두산에 가는 특별 전세기가 운행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올해는 특별히 광복절 전 날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기념할 만한 날에 우리는 얼마만큼 과거사를 청산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어른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이해하고 왜 오늘날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이 박정희 정권과 협상을 벌여서 보상을 해줬다고 하지만 그것은 국가적인 보상이었을 뿐, 위안부로 인해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 개인의 보상 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로 피해를 당한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더라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집회가 끝나지 않고 그 후대에도 잊히지 않고 전달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세상의 불합리함으로 피해를 당한 순간을 사람들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가해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어 버리더라도 피해자는 그 고통의 기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힘들어 한다. 우리는 외친다. 보상 기금의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달라고.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은 교묘한 말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만 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고 개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말이다. 약한 자를 더 괴롭히고 죽이려고 드는 일본 문화의 '이지메'를 생각나게 하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지메를 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더 잘못이 있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서 자신들이 겪은 고통스런 기억을 고백했다. 수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힌 기억을 힘들게 떠올려 얘기하기 싫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까발렸다.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는 분들도 크나큰 용기를 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쟁이나 기아, 불합리한 문화 속에서 여성은 수많은 형태의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왜 약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걸까?

 

먼저, 나는 일본 정부가 민간 업자에게 일을 맡기고 책임을 회피할 정도로 그렇게 무능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천황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가미가제 전술로 바칠 정도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출중한 민족성을 내보이는 국가가, 군인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전쟁 곳곳에 배치한 일본군 '위안부'를 민간업자들이 자기들 판단으로만 설치하게 뒀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군인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알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논리를 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인들도 베트남 전쟁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과 현지 여성들을 폭행하고 죽인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전쟁은 어떠한 이유나 논리를 앞세우더라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위에서 지시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구경만 하고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무수히 죽어나가고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총을 들고 앞장 서서 나가보라고 하면 전쟁을 일으킬까 싶다.

 

어쨌든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게 과거사 청산에 대한 사죄나 보상 등을 언급하는 게 부당하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게 정말 본인이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한 말인 걸까? 이런 대통령 인식 아래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친일파가 득세하여 모든 권력을 가지고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제대로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능력인증시험이나 한국사를 필수로 선택하고 있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어차피 민감한 역사적 사실은 외면해 버리는데 말이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 일본인들 중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고 집회에 함께 참여하여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있다. 많은 곳에서 아직도 약자들이 받는 피해를 없애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꿈꿔 본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게 합니다. 편견과 독선을 버리고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요. 할머니들을 위로하러 왔다가 자신이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는 학생의 말처럼 우리의 역사 수업은 어쩌면 위로와 격려를 반복하며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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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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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자신이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고 한다. 대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거지? 하지만 그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의 막막함과 두려움으로 이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마라 다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레이첼에게 클레어라는 친구가 생긴 게 반갑지 않다. 하지만 레이첼과 떨어지는 게 싫어서 꾹 참고 그들과 어울린다. 무서운 게 싫지만 귀신의 집으로 유명했던 정신병원에 함께 가자고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클레어의 오빠 주드와 두달 째 사귀고 있는 마라는 레이첼과 클레어와 정신병원을 체험하려고 하지만 그 병원이 무너져서 그들이 깔려서 죽었다고 한다. 마라 다이어는 그 당시 기억을 잃어버리고 결국 그 동네를 떠나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이사온다.

 

마라 다이어는 크로이든 인문계 사립고를 다니면서 최고 인기남이라고 하는 노아를 만나게 된다. 노아가 마라에게 관심을 쏟으면서 그녀는 학교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다. 마이애미에서 지내면서 마라는 조금씩 환각을 보게 되는데, 교실이 무너진다거나 죽은 친구들이 보이는 등의 현상을 경험하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정신치료를 받으면 학교를 제때 졸업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꾹꾹 참으며 숨기는데, 급기야 노아 앞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마라는 노아에게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아서 상담도 받고 항우울제 약도 복용하게 된다.

 

혼란한 와중에 마라 다이어는 몇 번의 죽음을 접하게 되는데, 어린 강아지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의 죽음과 자신에게 낙제를 준 스페인 선생님의 죽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머지않아 그 죽음들이 자신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라는 자신의 기억이 맞는지 그게 환상인지 헷갈려 하지만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라고 치부한다. 그러다 노아와 함께 자신에게 일어나는 비밀을 깨닫게 되는데...

 

이 책의 핵심은 마라 다이어의 혼란스러운 환각 증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으며 정신병원 건물이 무너졌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조금씩 그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학교 최고의 인기남인 노아와의 관계가 친밀해지면서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는 마라와 노아 사이의 관계가 제법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좀 황당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넘어가고자 한다.

 

어쨌든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의 생각은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런!!! 이 소설은 이 한 권이 끝이 아니었다. 책 소개에서 '마라 다이어 3부작'이라고 되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절묘한 순간에 끝나 있다니...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런데 작가에게 이게 첫 번째 소설이라니,,,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었다. 대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책 뒷부분을 말할 수 없어서 마라와 노아의 관계를 더 말해보자면,,, 노아는 잘생기고 공부와 싸움도 잘하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여기에다가 엄청난 부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학교 짱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다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특이한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인기짱인 노아는 마라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서로 썸을 타는데,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노아는 옷은 부시시하게 입고 다니지만 매너는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를 지키려는 마음까지 든든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마라와 노아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갈 지는 모르겠지만, 둘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 책에는 무수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 정신병원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리고 노아와 마라는 왜 만나게 되었는지, 또 마라에게 일어나는 환각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궁금한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어쨌든 마라 다이어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시작으로 한 발짝 더 들어오라고 소개하고 싶다.

 

 

* 네이버 책좋사 한스미디어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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