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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수요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윤미향 지음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20년 동안, 아니, 2015년 현재 25년 동안 매주 수요일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 그들은 누구에게 무엇을 그리도 외치고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최장기 집회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집회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다. 2015년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기념할 만한 해이다. 그래서 중국 백두산에 가는 특별 전세기가 운행되고 있기도 하고 또한, 올해는 특별히 광복절 전 날인 14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기념할 만한 날에 우리는 얼마만큼 과거사를 청산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어른보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청소년들이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이해하고 왜 오늘날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이 박정희 정권과 협상을 벌여서 보상을 해줬다고 하지만 그것은 국가적인 보상이었을 뿐, 위안부로 인해서 피해를 당한 당사자 개인의 보상 청구권이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로 피해를 당한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더라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집회가 끝나지 않고 그 후대에도 잊히지 않고 전달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전달해 주었다.
세상의 불합리함으로 피해를 당한 순간을 사람들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가해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어 버리더라도 피해자는 그 고통의 기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힘들어 한다. 우리는 외친다. 보상 기금의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달라고.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은 교묘한 말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만 하다. 일본군 '위안부'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고 개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고 말이다. 약한 자를 더 괴롭히고 죽이려고 드는 일본 문화의 '이지메'를 생각나게 하는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지메를 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더 잘못이 있다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어서 자신들이 겪은 고통스런 기억을 고백했다. 수많은 군인들에게 짓밟힌 기억을 힘들게 떠올려 얘기하기 싫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까발렸다.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는 분들도 크나큰 용기를 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쟁이나 기아, 불합리한 문화 속에서 여성은 수많은 형태의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왜 약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걸까?
먼저, 나는 일본 정부가 민간 업자에게 일을 맡기고 책임을 회피할 정도로 그렇게 무능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천황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가미가제 전술로 바칠 정도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출중한 민족성을 내보이는 국가가, 군인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전쟁 곳곳에 배치한 일본군 '위안부'를 민간업자들이 자기들 판단으로만 설치하게 뒀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군인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주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알면서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논리를 펴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인들도 베트남 전쟁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과 현지 여성들을 폭행하고 죽인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전쟁은 어떠한 이유나 논리를 앞세우더라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위에서 지시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구경만 하고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아무런 죄도 없이 무수히 죽어나가고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총을 들고 앞장 서서 나가보라고 하면 전쟁을 일으킬까 싶다.
어쨌든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게 과거사 청산에 대한 사죄나 보상 등을 언급하는 게 부당하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게 정말 본인이 한 말인지 의심스럽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한 말인 걸까? 이런 대통령 인식 아래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친일파가 득세하여 모든 권력을 가지고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제대로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능력인증시험이나 한국사를 필수로 선택하고 있는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어차피 민감한 역사적 사실은 외면해 버리는데 말이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자!! 일본인들 중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을 사죄하고 집회에 함께 참여하여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그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고 있다. 많은 곳에서 아직도 약자들이 받는 피해를 없애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를 꿈꿔 본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세상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게 합니다. 편견과 독선을 버리고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겠지요. 할머니들을 위로하러 왔다가 자신이 위로를 받고 돌아간다는 학생의 말처럼 우리의 역사 수업은 어쩌면 위로와 격려를 반복하며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