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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 ㅣ 보그 온 시리즈
드루실라 베이퍼스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단순함의 정수를 추구한 지방시
<보그>라는 잡지는 여성 패션 잡지로서 1892년 당시 사교계의 명사였던 뉴욕의 컨데나스트에 의해 월간으로 창간되었다. 벌써 120년 이상이 된 잡지로서 패션의 역사가 담긴 역사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보그는 발간되는 지역마다의 특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백과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판은 고답적인 취향이 강하고, 미국판은 일반성이 있는 내용에 취중하고, 영국판은 견실하고 수수한 면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부터 두산 잡지에서 발행하고 있다고 하니 패션에 대한 역사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번에 그 잡지에서 패션계의 중요 인물을 집중 탐구하는 <보그 온> 시리즈를 내놓았다. <보그 온> 시리즈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인물들은 내가 읽은 위베르 드 지방시 외에도 랄프 로렌, 코코 샤넬,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등이 있었다. 다른 책들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오드리 헵번을 좋아하는 터라 지방시를 읽게 되어 반가웠다. 지방시는 오드리 헵번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녀를 자신의 뮤즈로 기용했는데, 특히,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사브리나> 등의 영화에서 지방시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처음에 입고 등장하는 드레스는 단순하지만 가장 완벽한 드레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찬사를 받았다.
지방시는 패션계의 미남 귀공자로서 40년에 이르는 활동 기간 동안 패션 뿐만 아니라, 영화 의상, 옷 원단, 모자, 화장품, 향수 등 외에도 무대 배경, 실내 장식 등에도 관심을 보이고 참여를 해왔다. 그에게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빼놓을 수 없는데, 지방시는 공공연하게 그를 존경하고 그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다음 사진을 보면 지방시와 발렌시아가의 스타일이 비슷한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둘은 개인적으로도 친밀하여 <보그> 잡지를 통해서도 함께 협업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왼쪽이 지방시의 옷이고, 오른쪽이 발렌시아가의 옷이다.
지방시는 자신의 옷이 유행을 타지 않기를 바랐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역시나 품격을 잃을 것 같지 않은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위해서 비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다. 지방시의 옷은 많은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었다. 코르셋처럼 몸의 라인에 딱 맞는 옷이 아니라 지방시는 여성들이 옷을 입고 편안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품이 넓으면서도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했다. 특히, 오드리 헵번 외에도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도 지방시를 즐겨입은 유명인사였다. 재클린이 입은 지방시가 그녀의 우아하고 단아한 면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지방시는 다양한 모자를 만들었고 여성 옷감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다음 사진에서 지방시의 화려한 모자와 함께 그의 마지막 켈렉션에서 발표한 옷도 그가 아직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우아함의 극치를 추구하는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방시의 옷보다는 그의 향수와 립스틱을 먼저 접했다. 내가 브랜드를 많이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고 유행을 타지 않고 그러면서도 활동하기에 편안한 스타일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선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시의 철학을 읽으면서 향수와 립스틱 외에도 그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그를 알게 되니,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 가치관 등에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을 좇았다._위베르 드 지방시
* 네이버 책콩 오일북스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