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전염병으로 인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

 

 

인간은 '불멸의 존재'를 꿈꾼다. 영원히 살아가고 싶은 욕구는 드랴큐라나 늑대인간, 마법사, 신과 같은 존재를 창조해 내었다. 이러한 존재들이 실제로 있을지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만큼 인간은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유한한 존재로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인간은 수명 연장의 꿈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옛날과 비교해서 비약적으로 연장된 수명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80세 시대에서 이제는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위험성도 나타나고 있는데, 늘어나는 수명만큼 경제적인 독립 문제와 함께 그때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100살 이상 살고 있는데, 돈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데다가 몸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 오래 사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과 '건강'은 우리 삶의 최고의 가치로 급부상하게 된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메르스 사태'는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종식된 상태이지만, 최초 감염자의 발병으로부터 몇 주 만에 1000명 이상의 격리자가 발생하게 된 일련의 과정은 아직도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메르스가 조금 더 치사율이 높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퍼지게 된다면 국가 마비 상태도 충분히 예상할 정도로 혼란을 초래했던 것이다. 그 당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했고, 사람들은 집 밖을 돌아다니지 않거나 여행을 취소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해서 엄청난 공포를 드러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피해를 입었는데, 전염이 된 곳이 병원 진료실이나 쇼핑몰 등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두 달 간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이 책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야마나시 고후시에 있는 류오대학 의학부속병원에서 원내감염이 발생하여 병원 폐쇄가 실시되었다. 감염된 사람들은 빨갛게 발진이 일어나고 열과 기침, 구토를 하면서 환각 등의 의식 장애를 겪게 되었다. 초기에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틀 만에 죽음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살아난 사람이 있었는데, 최후의 용자 4인이었다. 맨 처음에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고바타 고조였다. 그리고 그의 약혼자였던 오치아이 메구미가 전염되어 병원 밖으로 바이러스를 옮긴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고바타 고조가 오치아이 메구미와 함께 문병을 가서 만났던 개인 환자 93세 노인 오키쓰 시게루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치아이 메구미에게서 전염된 언론인 나카야 쿄스케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 중에서 고바타 고조는 최초의 발병 이후, 쓰러지고 나서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죽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오치아이 메구미, 나카야 쿄스케, 오키쓰 시게루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몸에 드래건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살아남은 사람이 되었다. 이들의 항체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게 되었고 그만큼 치사율이 낮아지게 되었다. 보통 이 병에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환각이나 두통 등의 후유증이 남았는데, 이 세 사람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생기고 말았다. 먼저, 오치아이 메구미는 염동력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걸 자기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나카야 쿄스케는 세상 모든 것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에 대한 투시능력이었다. 그리고 오키쓰 시게루는 점점 젊어지는 것에다가 다른 몸에 빙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들은 처음엔 자신들의 능력을 무서워 하지만, 바이러스 연구소의 도움으로 바이러스를 분석하고 능력들을 더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상 사람들 속으로 섞여 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들에 대한 TV 프로그램도 만들어지면서 그렇게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드래건바이러스의 또 다른 능력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드래건바이러스가 그들 각자의 몸으로 완전히 융합되면서 완전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완전체로서의 드래건바이러스는 스스로도 어떤 침입, 피해를 막는 방위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위시스템은 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하게 만들었다.

 

보통은 이러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마음 먹은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돈도 어렵지 않게 벌면서 살아갈 수 있고, 어디든 맘대로 갈 수 있고 하늘도 날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좀처럼 세상이 만만치 않게 다가왔는데. 무슨 일을 하려면 할수록, 오해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진 듯이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도 쉽게 써먹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 아마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더 현실적이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스파이더맨 등의 영웅들이 애인과의 관계에서 고민하거나 세상 사람들을 구하는 데에 정의감 외에 다른 감정으로 고민하는 것처럼,,, 영웅 노릇도 쉽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오치아이 메구미는 세상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바랐고, 나카야 쿄스케는 사람들의 불행한 미래를 볼까 두려웠고, 오키쓰 시게루는 얼마나 젊어질지 몰라서,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잠을 자지 못했다.

 

상상도 못할 능력이지만,,, 누구나 나름대로 고민하고 불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작은 병, 즉 생각지도 못한 전염볌으로 멸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 꽤 두꺼운 편인데, 빨리 읽는 데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는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리고 제목인 '마법사의 제자들'에서 '마법사'가 누구일까 고민해 보았다. 처음에는 고바타 고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드래건바이러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것이든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마법사는 인류의 운명을 쥐고 있는 어떤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게 공포심에서 비롯하고 있네. 폭력 사태는 공포를 강하게 느끼는 쪽이 먼저 손을 들어 시작하는 거니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 말다툼만이 아니야. 분쟁도 전쟁도, 힘으로 남을 억누르려는 건 공포심이 있기 때문이지." (356쪽)

 

 

* 네이버 블로클 황금가지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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