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던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안경 안쪽의 고운 눈썹이 좁아진다.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순간 하나로 묶은 긴 검은 머리카락이 물결쳤다.
그녀는 기타가마쿠라에 있는 자택 부엌에 서 있었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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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흑단으로 만든 탁자에 대형본 세 권이 나란히늘어서 있었다.
 표지와 책등을 감싼 아름다운 송아지 가죽에는 제목도,
지은이의 이름도 없고 책의 삼면에는 두껍게 금박이 들어가 있다. 세 권 다 크기와 장정은 같았지만, 가죽의 빛깔은 빨간색과 파란색, 하얀색으로 달랐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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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창문에 맺힌 굵은 빗방울이 보였다. 기운 빠지는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었다. 들리는 건 희미한 빗소리뿐, 병실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이곳은 오후나에 있는 종합병원이다. 우리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다. 병실에는 시오리코 씨와 나, 둘뿐이었다. 벽쪽 의자에 앉은 그녀는 정신없이 책에 빠져들어 있었다. 치쿠마문고에서 나온 디킨즈의 『리틀 도릿 2 였다. 날씨가쌀쌀해서 빨간 레인코트를 걸친 차림이었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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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까닭에 정기휴일이지만 가게에서작업을 해야 했다.
서가 사이의 통로에 주저앉아 책장에서 꺼낸 고서를 끈으로 묶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책을 안채의 창고로 옮기고, 빈 공간에는 그저께 매입한 고서를 진열하려고 한다.이곳은 기타가마쿠라 역 근처의 비블리아 고서당. 이름
을 보면 알겠지만 고서를 판매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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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소원은절대이루어지지 않아.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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