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창문에 맺힌 굵은 빗방울이 보였다. 기운 빠지는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었다. 들리는 건 희미한 빗소리뿐, 병실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이곳은 오후나에 있는 종합병원이다. 우리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다. 병실에는 시오리코 씨와 나, 둘뿐이었다. 벽쪽 의자에 앉은 그녀는 정신없이 책에 빠져들어 있었다. 치쿠마문고에서 나온 디킨즈의 『리틀 도릿 2 였다. 날씨가쌀쌀해서 빨간 레인코트를 걸친 차림이었다.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