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정신의학의 탄생 - 광기를 합리로 바꾼 정신의학사의 결정적 순간
하지현 지음 / 해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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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등장이 정신질환의 치료 대상을 넓히고 그 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괴로움은 뇌의 생물학적 기능 이상만 밝힌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개인의 심리 상태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치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정신의학의 탄생> 중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책상을 어지럽히면 공부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탓한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책상을 보면 정신없이 복잡하고 전혀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런 산만한 책상 위에서 상대성이론을 발견했고 세상에 널리 알렸다. 아인슈타인의 책상을 보면 ADHD로 진단받을 정도였다. 그의 일대기를 보면 시간 약속을 매번 놓치고, 산만하고, 관심 있는 것 외에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해서 가정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의 엄격한 정신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는 천재였다 - <정신의학의 탄생> 중에서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정상’이란 사회적으로 ‘평균값’ 안에 들어가는 것을 일차적인 기준으로 삼는데, 그 사람의 창의성이나 재능을 평가하는 부분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우리와 다르게 보이는 사람을 ‘다름’이 아니라 ‘비정상’으로 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정신의학의 테두리 안에서 과학과 의학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지면 희생자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정신의학의 탄생> 중에서

사이코패스’란 단어는 1801년에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리프 피넬(Philippe Pinel, 1745~1826)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정신이 혼미한 섬망이 아닌 상태에서도 광기를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정신분열증 같은 질환이 없고 이해력도 충분한 상태인데도 사회통념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했다. 어쨌든 정신(psycho)에 병(pathology)이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 <정신의학의 탄생> 중에서

이후 프랑스에서는 최면 요법의 이론적 토대를 탄탄히 만들어낸 두 흐름이 등장했다. 하나는 장 마르탱 샤르코라는 살페트리에르 병원 원장으로, 여성 히스테리에 관심이 많았다. - <정신의학의 탄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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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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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글을 쓰라." 여러분을 겁줄 생각은 없다. 블로그에 올릴 다섯 문단 정도의 글이든, 전문 저널에 실을 논문이든, 아니면 독서 모임에서 낭송할 시 한 편이든 무엇이든 괜찮다. 무조건 써보라. 완벽을 기할 필요는 없다. 그저 여러분이 속한 세계에 약간의 관찰을 가미한 정도면 충분하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유효한 해법을 찾는 일은 어쩔 수 없이 느리고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지만 나는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직접 보았다. 천재성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도덕적 투명성이다. 새로운 사고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꺼이 시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로 비치겠지만 의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늘 싸우라는 것.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밤낮없이 찾아보라는 것. 나는 이 원칙에 공감한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환자인데도 포기하고 마는, 실수 중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한때는 의사로서 가장 힘든 싸움이

기술을 터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비록 일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려는 찰나

실패를 겪고 좌절하곤 하지만 말이다.

내가 깨달은 바로는, 의사라는 직업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능력 안의 일과 능력 밖의 일을 아는 것이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새로운 사고는 실패를 찬찬히, 심지어 극단적으로 반추하여 새로운 해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에서 나온다. 분명 쉽지 않은 자질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3부에서는 분만 방법이나 낭성섬유증 같은 불치병 치료에 혁신을 불러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 가운데 더 많은 이들이 그처럼 할 수 있을지도 살펴본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개선은 끝없는 노동이다. 세상은 혼란과 분열과 짜증 나는 일투성이이고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우리도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때때로 길을 잃고 나약하고 타산적이다. 그렇지만 의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삶이 타인과 과학, 그리고 그 둘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즉,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여기서 책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일을 하는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문제는 그러한 책임을 받아들인 상태에서 어떻게 이 일을 잘 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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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의학이 사업이나 법률, 공학과 다른 이유는 다른 인간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부모님의 다소 감상적인 생각과도 일맥상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가치를 내면화했고 내가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일에 대한 기대는 무척 높은 편이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소녀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지만 부질없는 희망의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 소녀가 내게 원한 건 오직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이었고 내가 솔직하게 내 심정을 털어놓으니 환자도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냈다. 내가 할 일을 매번 훌륭하게 해냈을 리는 없다. 그러나 환자가 견뎠기 때문에 나도 견뎠다. 어떤 아이도 견디지 않아야 할 지옥에 나도 함께 있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의대 재학 중 만난 이런 환자들과의 경험은 큰 깨달음을 주었고 이 깨달음은 나의 필생의 사업이 될 열정을 깨워주었다. 이 환자들과의 일화는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나 전공 서적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나를 완전히 변모시켰고, 왜 진료나 간호가 그저 진단과 치료 이상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에게 진료란 질병과 치료 중에 일어나는 모든 시련과 통증, 승리와 실망의 생생한 경험을 같이 나누고 목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의사로서 치료라는 실용적인 기술과 인간의 서사와 역사를 결합하는 것이 진정 가능하기는 한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환자들, 그들의 인생, 그들의 지역사회를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고, 이 열망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소프트한’ 학문으로 취급되는 사회과학이나 인문학과 연결해 보고 싶었다. 문화에 따라 다른 생활, 건강, 질병의 사회적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인 의료인류학 세미나에 참여해 보았지만 더 깊은 혼란과 좌절에 빠질 뿐이었는데 그 세미나는 사회학 이론과 현장 연구를 통한 의료인의 업무와 공중 보건 전문가의 일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무엇보다 경험을 탐구하고 싶었다. 고통, 부상, 통증의 경험을 탐구하고 치료와 돌봄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었다. 치유자이자 저자로서 이 경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더 연구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험이란 사회적 조건과 개인의 상황이 결합된 것이다. 고통은 그저 개인의 심리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의 결과였고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둘 모두를 통해 이루어져야 했다. 동시에 나는 내면의 치유자로서의 경험도 탐구하고자 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이 내면의 치유자는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면서 효율과 인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가 다시 질문했다. 개인의 내면적인 경험과 집단적 경험을 어떻게 결합시켜야 더 큰 힘을 갖게 될까?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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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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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새처럼 고집스럽게 버텼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조앤을 집에서 돌보려 했다. 내가 그렇게 약속했었고 조앤도 내가 그 약속을 지키길 기대하지 않았나. 그렇게나 단순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단순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그 약속을 했던 여성은 10년 동안 치매를 앓은 여성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그때와 똑같은 간병인이 아니었다. 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조앤은 어떤 사람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나는 내가 사랑했고 그 사랑의 빚을 갚고 싶었던 조앤이 사라졌다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 알츠하이머 말기 환자였던 원장의 어머니도 이곳에 거주했었다는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다. 원장은 그만큼 이곳이 환자를 가장 중시하는 기관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책임자로서 경영과 관리적 측면보다 윤리 의식을 중시한다고 했다. 치매 간호는 자신의 진정한 소명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정도는 다르다 해도 같은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직원을 뽑을 때도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그러나 그곳을 나오면서 우리 셋은 확실히 기분이 나아졌고 아마 어떤 가족들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전에 방문했던, 시설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기관보다도 왜 이곳에서 그렇게 긍정적인 느낌을 받고 돌아왔을까? 헌신적인 전문가가 만들어낸 환경은 직원과 입소자 사이의 상호 관계를 가장 중시했고 환자들이 항상 누군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기 때문이다. 원장부터 비서, 우리가 만난 요리사와 직원 모두 일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고 애정, 친절함, 양질의 간병을 중시했으며 치매를 비롯해 장애를 가진 노인들이 어떤 커뮤니티에서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비전이 있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결국 돌봄의 영혼이란 영혼의 돌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돌봄의 행위는 ? 원한다면 관계에서의 보살핌이라 말할 수 있는 것 ? 관계를 작동시키면서 자아를 다시 만들어간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은 서로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면서 감정과 의미 사이의 단단한 끈을 형성한다. 이 끈이 돌보는 사람의 에너지를 끌어내면서 행위의 목적과 열정을 다시 살린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영혼이란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갖는 실존적 의미다. 우리가 대표하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이다. 돌봄은 영혼이 하는 일과 관련되고,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의 영혼이 개입된다. 나는 돌봄이 자아와 관계를 가꾸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여기서 가꿈은 노동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노동은 다른 사람에게 집중되고, 그 노동이 우리가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과 나를 조정해 나가는 방식에 힘을 보탠다. 그 노동이 잘될 경우 우리를 성숙시키고 연마하며, 잘되지 않을 경우 우리를 고갈시키고 부담을 지운다. 마치 음과 양처럼 증가와 약화는 서로 반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이며 인간이 돌봄을 경험할 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여름 동안 하수도에서 일한 다음 스탠퍼드로 돌아가 의대생으로 첫 해를 맞았다. 의대 수업이 요구하는 방대하고 지루한 기초 과학 수업을 견디기 힘들 때마다 빌에게 구구절절 감상적인 편지를 쓰기도 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그처럼 육체 노동자가 된 다음에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맞춤법과 문법이 잔뜩 틀린 사투리 문장으로 답장을 써주었다. "그럼 니는 평생 동안 나같이 노새처럼 일하고 싶다는 거시냐?" 그는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엄하게 꾸짖으며 이렇게 편지를 끝냈다. "짜식, 의사 공부 포기한다는 소리만 했담 봐라. 내가 가서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놓을 테다!" 그의 거칠지만 애정이 담긴 답장은 유익한 회초리가 되었고 덕분에 다시 정신을 다잡고 학과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가 나에게 조건 없이 베푼 애정은 이후 내가 인생을 한참 더 산 후에는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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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케어 -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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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돌보던 몇 년 동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규칙적으로 운동했고, 더 오래 깊이 잤고, 진정한 자아 성찰의 순간들을 맞이했다. 서로 상충하는 수많은 의무들을 처리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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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보라고 했으나 그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말해본 적이 없었기에 도와달라고 부탁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존심 세고 지나치게 독자적이고 통제적인 이 아버지에게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솔직히 도움이 필요하다고 고백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다시금 떠올렸다. 나는 친구에게 한계를 인정하고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직접 요청해 보라고 말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자녀들은 내가 기대한 대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어떤 가족들은 아픈 가족을 돌보면서 무너지기도 한다. 재정적으로, 관계적으로, 감정적으로, 도덕적으로 무너진다. 가까스로 버티긴 하지만 하루하루 위태롭다. 죄책감과 체념 사이를 수시로 오가기도 하고 괴롭지만 감수하기도 한다. 불안정하고 어려운 관계의 이야기, 말하지 못한 역사, 반은 묻고 사는 아픔은 이런 이야기의 숨겨진 스토리 라인이다. 부족한 자원(1차적으로는 재정적 자원이고, 궁극적으로는 인지적, 감정적, 사회적 자원)은 질병과 간호라는 폭풍우를 헤쳐나가기 어렵게 한다. 어디에도 간단한 결론은 없고 보편적인 정답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각각의 질병 경험을 깊이 파고들어서 개인에게, 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소중히 여기는 것뿐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다행히 더 큰 사고 없이 인터미션까지 버틸 수 있었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당황하고 있었지만 조앤의 얼굴은 베르디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감동으로 빛났다. 나는 불평하던 사람들에게 아내가 치매가 있어 그러는데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치매라고요!" 그들은 소리쳤고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빨리 내보내요. 치매 환자를 이런 데 왜 데려옵니까?" 그들의 무례함과 냉정함에 화를 내고 싶었지만 사실 나 또한 갈등했다. 그들이 잔인할 수는 있지만 어쩌면 맞는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녀를 이런 일에 노출시키면 안 되는 거였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하지만 나는 실로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아내가 기억을 상실한다 해도 아내를 향한 내 사랑이 변치 않는다 말하는 건 쉽지만, 나를 갑자기 낯선 사람으로 대하고 나를 보며 공포에 떨고 피해망상적인 불신을 갖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나는 의학적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했지만, 내 존재적으로는, 마치 지난 반세기 동안 함께하며 강철처럼 단단해진 우리 사이의 유대가 몇 초 만에 툭 끊어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가정 간병을 내가 버틸 수 있는 한 유일한 선택지로만 생각했다. 마지막 해 혹은 18개월은 나에게나 조앤에게나 지옥이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우리가 그 지옥 같은 시기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초기부터 요양원이 대안이 되어야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인지 치료 병동은 내가 더 이상 가정 돌봄을 못 한다고 결정했을 경우에는 대안이 될 수도 있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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