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의학이 사업이나 법률, 공학과 다른 이유는 다른 인간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라는 부모님의 다소 감상적인 생각과도 일맥상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가치를 내면화했고 내가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일에 대한 기대는 무척 높은 편이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소녀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지만 부질없는 희망의 말을 해서는 안 되었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 소녀가 내게 원한 건 오직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이었고 내가 솔직하게 내 심정을 털어놓으니 환자도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냈다. 내가 할 일을 매번 훌륭하게 해냈을 리는 없다. 그러나 환자가 견뎠기 때문에 나도 견뎠다. 어떤 아이도 견디지 않아야 할 지옥에 나도 함께 있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의대 재학 중 만난 이런 환자들과의 경험은 큰 깨달음을 주었고 이 깨달음은 나의 필생의 사업이 될 열정을 깨워주었다. 이 환자들과의 일화는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나 전공 서적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나를 완전히 변모시켰고, 왜 진료나 간호가 그저 진단과 치료 이상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에게 진료란 질병과 치료 중에 일어나는 모든 시련과 통증, 승리와 실망의 생생한 경험을 같이 나누고 목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의사로서 치료라는 실용적인 기술과 인간의 서사와 역사를 결합하는 것이 진정 가능하기는 한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환자들, 그들의 인생, 그들의 지역사회를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고, 이 열망을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소프트한’ 학문으로 취급되는 사회과학이나 인문학과 연결해 보고 싶었다. 문화에 따라 다른 생활, 건강, 질병의 사회적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인 의료인류학 세미나에 참여해 보았지만 더 깊은 혼란과 좌절에 빠질 뿐이었는데 그 세미나는 사회학 이론과 현장 연구를 통한 의료인의 업무와 공중 보건 전문가의 일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나는 무엇보다 경험을 탐구하고 싶었다. 고통, 부상, 통증의 경험을 탐구하고 치료와 돌봄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었다. 치유자이자 저자로서 이 경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더 연구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경험이란 사회적 조건과 개인의 상황이 결합된 것이다. 고통은 그저 개인의 심리적 상태가 아니라 사회의 결과였고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둘 모두를 통해 이루어져야 했다. 동시에 나는 내면의 치유자로서의 경험도 탐구하고자 했다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이 내면의 치유자는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면서 효율과 인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가 다시 질문했다. 개인의 내면적인 경험과 집단적 경험을 어떻게 결합시켜야 더 큰 힘을 갖게 될까?

-알라딘 eBook <케어>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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