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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1 - 시간, 지구와 바다 ㅣ 발견자들 1
대니얼 J. 부어스틴 지음, 이경희 옮김 / EBS BOOKS / 2022년 3월
평점 :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과 한 해의 시작 날인 1월 1일은 한 날과 그 다음날의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사람들이 특별한 날로 생각하고 특별한 행사들을 하는 날이다. 또한 새로운 달이 시작하는 1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요일인 월요일은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되는 날로 혹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날로 인식되곤 한다. 1년 365일, 1일 24시간 이라는 시간과 날짜의 개념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렇게 통일된 시간을 가지기까지 고대문명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시간의 개념들이 존재했었음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인 대니얼 J. 부어스트의 '발견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발견자들'은 시간, 지구와 바다, 자연, 사회 라는 주제로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제1권으로 인류 역사 속에서 시간, 지구와 바다라는 세계가 어떻게 발견되어왔으며 인류가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일상생활의 고고학은 세계 곳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1년 365일은 고대 이집트의 신관들에게서 이어받은 유산이고, 달 명칭(1월 ,2월, 3월 등)과 1주일 7일의 명칭들(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등)은 초기 히브리인들과 그리스 로마의 점성술사들과 우리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24시간의 각 시간을 나타내고 그 시간 다음으로 분을 지정할 때 우리는 고대 과학을 연구하는 한 역사가가 일깨워 주듯이, '바빌로니아의 계산법과 결합한 이집트의 관행을 헬레니즘의 문화가 수정한 결과'로 살고 있는 것이다" (본문 94쪽)
이 책의 제1편에서는 인류 역사 속에서 '시간'이 어떻게 발견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고대 바빌로니아와 고대 이집트, 로마제국,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에서 저마다 정립한 시간의 개념이 '시계'라는 형상화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기원전 1500년 경의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해시계 유물을 오늘날에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최초의 시계라 할 수 있는 해시계가 계절마다 다른 낮의 길이로 인해 계절마다 시간을 비교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시계가 등장하였고, 1700년경에 진자시계가 완성되어 나타나기 까지는 가장 정확한 시계가 물시계였다고 한다. 해시계를 만든지 500년도 안되어 고대이집트인들이 물시계를 사용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1073년 중국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물시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향시계'를 발명하여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향시계'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고, 정교한 도장 문자와 같은 문양 안에서 가루로 된 향이 그 문향을 따라 타는 모양으로 시간을 판단했다고 하니 신기했다. 14세기가 되어서야 유럽인들이 기계시계를 고안해 냈는데, 종교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정확한 항해용 시계가 나오기 전에는 바다 위에서 달을 이용한 경도 측정방법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던 항해자들은 훈련을 받은 수학자가 되어야 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보물섬을 찾기 위해 선장실에서 지도를 펼쳐놓고 현재의 위치와 보물이 있는 섬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항해하기 위해 선장과 항해사가 논의하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상 잠깐 등장하는 장면이었지만, 배를 타고 먼 바다로 항해하기 시작한 시대에서는 항해사의 수학적 실력이 안전한 항해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했었을 것 같다.
시간과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로 먼 곳으로의 이동이 가능했고 그 결과 유럽에서 중국에까지 이르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제2편 '지구와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먼 바다의 끝은 낭떨어지이고 괴물이 살고 있다거나, 높은 산은 신들의 세계로 인식되던 시대에 먼 바다로의 항해라던가 산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간다는 생각을 해낸 이들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육지와 대륙과 바다의 형태를 밝혀내는 데 큰 장애물은 무지가 아니라 지식의 환상이었다. 지식이 느리게 성장하며 반박하는 증거들로 나아가는 동안에 상상은 즉시 희망과 두려움을 채우면서 대담한 노력으로 뻗어갔다. 산 정상에 오르기를 두려워하는 마을 사람들은 죽은 이들이 머물 곳을 불가해한 천상으로 정했다"(본문 117쪽)
중세 유럽에서 종교가 세계 지리에 관한 지식의 발전을 가로막거나 동양을 발견하는 길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특히 포루투갈의 엔리케 왕자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엔리케 왕자의 아프리카 해안 탐험이 있었기에 인도로 가는 항로가 개척되었고,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수 있는 항해로 이어질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스페인의 탐험가인 발보아와 마젤란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으며, 인쇄술의 발달로 활자 뿐 아니라 지도 또한 인쇄되어 퍼져나갔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