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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예술문화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ㅣ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6월
평점 :
며칠 간은 장마비가 내리고 며칠간은 무더운 날씨가 반복되다보니 여름 휴가철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어디론가 여행을 가기가 조심스럽다. 이럴 땐 방콕하며 책을 읽는게 최고인 듯 싶다. <TAKE OUT 유럽예술문화>는 광고인 출신의 저자가 유럽의 음악, 미술, 문학 등에서 잘 알지 못했던, 혹은 무심코 넘겼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보니 방콕하며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읽기 딱 좋은 책이다.
다양한 인문학 주제들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인문학 에스프레소를 한모금 한모금씩 읽어갈 때마다 이런 일도 있었구나,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구나 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될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말러의 2번 교향곡 전문 지휘자인 길버트 카플란 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성공한 기업가였던 그는 20대 초반에 말러의 교향곡 2번을 듣고 언젠가 지휘할 결심을 하였고, 39세부터 음악공부를 시작하여 40세에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지휘하여 지휘자로 데뷔하였다고 한다. 34년간 오로지 말러의 교향곡 2번만을 지휘하였으며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오래 전에 관람했던 영화 플로렌스(2016)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유한 상속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키스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너무나도 음치였다고 한다. 하지만, 재혼한 남편은 부인의 노래에 대해 항상 칭찬하고 지지하였다보니 플로렌스 본인은 자신이 노래를 굉장히 잘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였을 카네기홀에서의 독창회에 대한 혹평 기사를 보고 자신의 노래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알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충격으로 지병이 악화되어 얼마 살지 못했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상반된 결말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큼은 대단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흥미로웠던 인물 중 하나는 화가 데이비드 최에 관한 이야기였다. 현존하는 화가 중 최고가의 작품을 판매한 화가로 데이비드 호크니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많은 작품값을 받은 이가 데이비드 최라고 한다. 그래피티 작업을 주로하는 무명화가였던 그에게 2005년 페이스북 사무실 내외부를 그래피티로 데코레이션 하는 작업이 맡겨졌고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페이스북 초창기였다보니 작업료로 줄 돈이 별로 없으니 원한다면 페이스북 주식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7년뒤 페이스북이 상장했을 때, 주식 부자가 되어 화제의 인물이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술애호가나 평론가들에 의해 호평을 받는 작품을 그린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데이비드 최가 받은 작업료를 능가하는 작품가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처럼 <TAKE OUT 유럽예술문화>은 예술문화계에서 친숙한 유명인에 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고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포르투갈, 영국,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볼 수도 있었고,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과 같이 아직 읽어보지 못한 문학작품들과 '파두'와 같이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음악들과 잘 알지 못했던 화가들과 건축가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소개되었다는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에 등장하는, 여행을 가려다가 권태에 빠져 여행을 직접가기보다는 자신의 집에서 상상여행을 떠났다는 데제생트 공작처럼 <TAKE OUT 유럽예술문화> 덕분에 잠시나마 흥미진진한 유럽문화예술 세계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