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 슬로푸드, 행복한 음식을 찾아서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슬로푸드는 맛있고, 깨끗하고, 공정한 식품을 추구한다. 이는 품질과 맛이 우수하며 재배과정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생산자들의 노고에 공정한 가격으로 보상한 식품을 말한다. 또한 음식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의 올바른 역할도 가정한다. 슬로푸드는 특정한 음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철학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끌며 사라져가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저자의 프롤로그 중)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슬로푸드 붐이 일었다. 슬로푸드 하면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자의 노고에 정당한 가격으로 보상한 식품 이상의 철학임을 저자의 서문에서 알게 되었다.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은 제목 그대로 슬로푸드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 슬로푸드를 공부하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크레타섬, 프랑스를 대표하는 슬로푸드 식재료들과 음식점들을 다닌 여행기이다. 얼핏보면 맛집 투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맛집보다는 각 지방을 대표하는 식재료 탐방기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식재료는 무엇이 있고, 세분화된 구분은 어떻게 하는지, 이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비슷하다는 정도만 생각했고, 비슷한 식재료간의 차이를 잘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포르슈토, 토마토소스, 치즈, 이탈리아의 빵 종류, 와인, 젤라토, 발사믹식초, 올리브 등에 대한 다양한 배경지식과 정보를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살루미와 살라미, 프로슈토는 다 비슷한 훈제고기를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고기를 염장, 훈제한 것이 살루미이고, 잘게 다신 고기를 소금과 향신료로 간한 후 외피에 넣어 전고하여 숙성한 것이 살라미라고 한다. 포괄적인 의미에 해당하는 것이 살루미이며, 프로슈토도 살루미의 한 일종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만드는 과정과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토마토 소스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매번 인스탄트 토마토 페이스트나 토마토 소스 밖에 몰랐는데, 진정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저자가 알게 된 요리법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요리법이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의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매우 간단해서 집에서 꼭 만들어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지역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지역별 음식점 정보는 그 지역을 여행가게 되면 꼭 챙겨가야 할 유용한 정보이며, 이탈리아 음식 축제 정보는 여행시기와 맞출 수 있으면 구경가보고 싶다.
저자가 이탈리아에서 공부했기에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을 대표하는 식재료들을 중심으로 설명한 부분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스페인, 크레타섬, 프랑스의 식재료와 음식 기행도 흥미진진했다.
스페인의 염소치즈 공장 방문기를 통해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이 있으면 꼭 한번 사보고 싶다. 스페인 볶음밥 파에야, 스페인의 와인과 식전주 셰리, 스파클링 와인 카바, 상그리아, 스페인식 와인마시는 방법 등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특히 신기했던 스페인의 전통적인 와인 마시는 방법은 호리병 모양의 투명 유리병에 따르고 가늘고 긴 주둥이를 통해 와인을 입에 대지 않고 직접 마시는 거라고 한다. 잘못하면 입 주변으로 와인이 흘러내려 옷까지 엉망이 될 수 있어 섣불리 따라하면 안될 것 같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유럽에 카카오가 소개되어 처음 재배된 곳이 스페인이라고 한다. 초콜릿 공장을 견학한 이야기를 통해 초콜렛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처음 알게 되었다.
크레타섬에서 만난 올리브오일, 크레타의 페이스트리인 필로를 만드는 장인을 만난 이야기, 크레타섬의 국민술 치쿠니아, 그리스 요거트, 프랑스의 삼계탕이라 할 수 있는 코코뱅 요리, 겨자소스로 유명한 디종, 8천년 역사의 프랑스 치즈, 품질좋은 와인을 만드는 오크통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맛보다는 보는 쪽에 치우친 여행을 다녔었는데,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덕분에 앞으로는 덜보고 더 음미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고장의 이국적인 풍경 못지않게, 이국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들로 요리된 음식들을 놓치면 안될 것 같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준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을 읽게 되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