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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2.0 ㅣ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원한, 증오, 입막음, 금전, 욕정,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단지 고안한 트릭을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에 사람을 죽인다. 그러고 나서는 맴버들끼리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면서 추리에 꽃을 피운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서는 그다지 쾌감을 얻지 못하지만, 자신이 생각해 내는 트릭을 발표하는 것은 즐겁다.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명은 테니스 공이나 조립식 완구 부품 정도의 가치밖에 안 되는 놀이 도구에 불과하다. 그들에게는 윤리도 정도 없다.'
내가 표현하자면 일본 미스터리 사상 최고의 재주꾼, 누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우타노 쇼고에게 두번째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안겨준 밀실 살인 게임 2.0 은 이번에도 역시나 상식의 선을 가볍게 뛰어 넘는 살인 놀이들을 보여준다.
< 인디살인그룹계의 비틀즈...라고 해도 될까? 밀실살인게임의 맛깔나는 번역과 간지나는 표지는 한국어판의 자랑이다.>
전작이 설정 자체로 놀라움(혐오감)을 주며 먹고 들어 갔다면, 후속작인 2.0은 다소 약해진(?) 자극을 다른 방식으로 보태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왕수비차잡기' 를 읽었다면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세계가 독자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어 시간과 공간이 꼬여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각각의 살인경연대회 사건보다도 이 점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일 것이고, 전작에서 해결해 주지 않은 부분의 흔적을 더듬느라 정신 없을 것이다. 내가 주목하고 감탄하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밀실살인게임 2.0 역시 전작 왕수비차잡기와 마찬가지로 연작형식이다. 각각의 트릭 중심으로 캐릭터의 특징에 맞는 살인을 보여주는데, 이 패턴이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책 전체가 지루해지는 느낌을 준다. 밀실살인게임의 특징은 각각의 스토리 저변에 흐르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들 수 있다. 전 편인 왕수비차잡기에서 책 전체를 한 번에 꿰뚫어 묶지 않았더라면 이 시리즈는 단순히 설정이 충격적인 단편집에 불과했을 것이다.
밀실살인게임 2.0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하나의 장치가 더 있다. 전작과는 약간 어긋나 보이는 후속작이라는 것. 독자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던져 줌으로서 기대와 짜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의 이야기들은 집중이 곧잘 되지 않고, 또 그다지 집중을 요하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난 이런 구성이 작가의 의도된 바라고 생각한다. 롤러코스터의 최고점까지 독자를 달아오르게 할 것. 그리고 짜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원하는 것을 줄 것. 내가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우타노 쇼고의 책 전체를 써먹는 기교가 너무나 근사하기 때문이다.
우타노 쇼고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이 다 좋진 않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기교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번에도 역시 맛이 간, 적당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살인과 트릭에 대한 중독으로 인간의 길을 벗어나 버린 5명의 이야기를 혐오와 애정을 동시에 느끼며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조만간에 이 미친 인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미친 인간 - 우타노 쇼고가 세번째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덧붙이자면... 어눌한 반도젠, 다혈질 쟌가, 꼬꼬마 이미지의 axe, 장인정신의 콜롬보는 어느 정도 정이 가는데....
진짜 두광인 이 놈만큼은 정이 가질 않는다. 그런데 우타노 쇼고랑 가장 닮았을 것 같다. 아니면 말고.
별 다섯에 별 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