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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들과 다르다. 하지만 같기도 했다.
존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The Madman's Tale)은 과거 정신 병원에 수감되었던 한 남자의 회상을 다룬 이야기이다. 화자 자체가 갖는 정신장애 (여러가지 내면의 목소리에 혼란을 겪는) 탓에 서술이 다소 어지럽고, 작가 자체의 서술 방식도 꽤나 화려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눈은 글을 읽고 있는데 정신은 멍한 상태로 자주 빠져들었다.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세밀한 심리묘사로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자주 연출하는 것이다. 거기에 불안정한 상태의 화자를 이용해서 독자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아 혼을 빼놓기까지 한다. 서술방식에 조금 적응이 된 후에는 손에 땀을 쥐고 페이지를 넘기는 데에 여념이 없게 되는 , 슬로우 스타터라고 부를 수 있는 책이다.
'살인의 추억'이나 '조디악'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도구라 마구라'라던가 '살인자들의 섬' 이 연상되기도 한다. 소재와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들과 같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다소 억지일까. 내가 생각한 결말만은 아니길 내내 기도하며 읽었던 터라, 조금 김이 새는 결말부에도 실망보단 안도가 컸다.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 사실 그렇게 재밌게 읽진 않았던 것 같다.
카첸바크의 스타일을 알 수는 있었지만, 괜찮은 소재로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
적어도 책의 두께를 줄이고, 범인에 조금 신경썼어야 했다.
주인공들의 의기투합과 분열과정,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알 수 있게 해 준 부분들은 좋았지만 정작 사건의 중심인 범인에게 너무 소홀했다.
사실 에널리스트보다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을 먼저 손에 든 것은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다.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는 성격. (내가 남긴 거 누가 뺏어가면 울어 버릴거야.)
미친 사내보단 항문목록이, 항문목록보단 사슴싸움이, 사슴싸움보단 정당한 이유가 더 재밌다고 하니.
일단은 카첸바크 스타일을 파악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5점 만점에 3.5
(난 도구라 마구라는 싫어하고, 살인자의 섬은 좋아한다. 그래서 그 중간쯤에 이 책을 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