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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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다.”
검찰의 칼끝이 점점 자신을 향해오던 2017년 11월, 강의를 위해 두바이로 출국하던 이명박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역시 이명박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테니스 애호가인 그가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서울시 최대의 면수를 자랑하던 중지도 테니스코트를 없앴을 때, 동호인들은 그래도 문화사업을 하는 게 어디냐며 서운함을 달랬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됐고, 코트만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그래도 이명박은 아쉬운 게 없었다. 자신은 남산테니스장에서 돈도 일체 안내는 ‘황제테니스’를 치면 됐으니까. 최근에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기무사에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4대강을 개발한답시고 녹조만 잔뜩 만들어 놓았다고? 상관없다. 모두가 그를 욕할 때, 자전거로 그 광경을 둘러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내, 그게 바로 이명박이니까. 이랬던 그가 자기 재임 중 있었던 적폐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은 사이코패스다. ‘설마’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다 유영철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비슷한 성정을 지녔지만,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고, 법을 어겨도 잡히지 않는 이들을 비범죄형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채널A <거인의 어깨>에 나오는 정신과의사 한창수는 이런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매우 매력적이다.
2) 거짓말을 많이 한다.
3)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데 선수다.
4) 자기과시가 심하다.
5)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7) 결코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창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강의를 듣던 패널 모두는 공통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특히 4번 항목에서 그랬는데, 그때 한창수는 이렇게 얘기했다. “뭐만 물어보면 내가 다 해봤다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로서 한창수는 이명박을 사이코패스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이하 추격기)는 끈질김 면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울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을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한창수의 강의를 듣고도 ‘설마’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가 왜 사이코패스인지 너무도 잘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19쪽에 나온 중국집 사례를 보자. 이명박 소유의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장사가 잘 되자 가게를 더 크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원래 1층이던 건물을 2층으로 증축하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까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대신 이씨는 이명박에게 증축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10년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명박은 이씨가 요구한 장기임대계약을 거절하는 대신, 2년씩 계속 연장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이명박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년이 지나자마자 기간이 만료됐다며 이씨를 쫓아냈다. 이씨가 나간 뒤 그 중국집을 인수한 이는 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이었다. 증축에 6억을 쓴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결국 인도네시아로 도망갔다고 한다. 이 한 건에서 이명박은 2) 거짓말을 했고 5)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지 않았으며, 7)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았다. 물론 이 행동이 ‘실수’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추격기’에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앞서 소개한 중국집은 정말 소박한 사건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사건들은 규모나 치밀성이 워낙 뛰어나,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중 백미는 다스에 관한 것으로, 이명박이 자신이 투자해서 날린 140억원을 받기 위해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끝내 받아내고 만 사건이다. 이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을 유행시킬 만큼 화제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 주진우는 이렇게 말한다. “140억 원을 받으면 BBK는 이명박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는데, 다스가 이명박 소유인 것이 명확해지는데, 이명박은 개의치 않는다. 돈을 벌고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돈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사람이다.” (266쪽)

책 곳곳에 주기자가 발로 뛰며 정보를 얻어낸 흔적이 엿보이고, 여기 실린 것들 중 많은 수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책에 실린 사건들의 진위에 회의적인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 팩트에 근거한 사실을 하나 말씀드린다. 그가 2000년에 건강보험료를 매달 1만3천원씩 냈다는 것. 이건 그가 자신의 소득을 월 94만원으로 신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건강보험에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이 있다. 직장보험은 가입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반면, 지역보험은 가입자의 나이,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따져서 보험료가 산출된다. 이미 수백억 자산가였던 그가 지역보험에 든다면 최고보험료 (110만원 추정)를 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그 회사의 근로자로 등록한 뒤 직장가입자가 된 것이다. 월급이 94만원이니 그는 여기에 해당되는 1만3천원만 내면 됐다.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는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늘 그렇듯이 이명박은 이게 제도상 허점의 결과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물론 이런 편법을 쓴 이가 이명박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가 고위공직자를 넘어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는 건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는 늘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한창수의 말처럼, 이명박 재임 5년간 우리나라는 저 밑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의 후임으로 박근혜를 선택한다.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난 것이었는데, 길거리에 나와 “이게 나라냐?”를 묻게 만든 것도 그 비용 중 하나지만, 이명박에 대한 단죄가 4년이나 늦어졌다는 건 치명적이다. 범죄의 증거가 많이 없어진데다, 이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면 됐지, 전전 대통령까지 조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대두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이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우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그를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자기 이익에만 몰두했던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명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우 기자 하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그의 처벌을 주장해야 한다. 사이코패스 앞에선 보수와 진보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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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2017-12-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자키 보았습니다. 멘탈이 강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걱정되네요. 저는 유리멘탈이라... 거침없이 현재 생각하는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교수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날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3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구박 많이 받아서 그런지 멘탈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제가. 일 저질러놓고 너무 태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도 제가 문대통령의 건강한 지지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최욱의 불금쇼가 업로드되는대로 사과문 올리려 합니다.

2017-12-23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힘 낼게요...!

pericles 2017-12-2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교수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좀 한숨이 나오더군요...
가끔 정상적인 사람들의 반론도 있지만 대다수가 외모 지적질, 학문 비하 따위 인신공격이고...
보수정권때는 아무 말 안 하고 뭐했냐며 박빠로 모는 내용들... 자기 편에 서지 않으면 당연히 이런 사람일 거라고 예단하는 단순한 이분법...
그동안 어떤 얘기들을 해오셨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아니, 제목만 봤거나 읽어보고도 풍자라는 걸 못 읽어내는 건지...

저런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사실 좀 듭니다...
암튼, 태평하시다니 다행입니다... ^^;;...

마태우스 2017-12-27 00:01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딴지일보에서 댓글싸움을 하면서 멘탈이 길러졌어요. 지금은 욕먹는 댓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죠. 근데 박근혜 땐 찍소리도 못했다, 이런 말엔 좀 울컥하죠. 심지어 박빠로 몰릴 땐...ㅜㅜ 근데 뭐 어쩌겠어요. 그래야 저들의 멘탈이 평화로울 수 있는데. 그냥 그러라고 하죠 뭐.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