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염방이 죽었습니다. 사실 전 매염방을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지난번에 장국영이 죽었을 때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위 분위기가 워낙 침울해 저도 슬픈 척했죠. 에이, 전혀 안슬프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영웅본색을 보고 자란 제가 왜 장국영이 죽는 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음해라고 생각하구요, 하여간 매염방이 죽은 건 장국영이 죽은 것보다 열배쯤 더 슬픕니다. 그건 아마도 매염방이 여자이기 때문이겠지요? <미라클>, <홍번구>에서도 그녀를 봤지만, <취권2>에서의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었습니다. 얼마 전 <영웅>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아주 멋졌는데, 그때 이미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나봐요....

저의 소희와는 달리, 사람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합니다. 장국영의 인기가 훨씬 더 높았고, 갑작스럽게 자살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매염방의 죽음이 더 갑작스럽습니다. 암인 걸 전혀 몰랐거든요. 그가 암인 걸 모르는 걸로 보아, 진정한 팬은 아니었던 게지요. 그렇긴 해도, 꼭 진정한 팬이라야 죽음을 슬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63년생이니 40을 딱 채우고 세상을 떠났네요. 스크린에서의 멋진 모습과는 달리, 투병 생활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것이었겠지요.


매염방이 활약하던 시기는 그야말로 홍콩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홍콩이 중국에 합병되기 전부터 스타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예전처럼 홍콩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홍콩영화의 몰락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그런 광경을 보면서 매염방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았을 겁니다. 40이라는 나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영화배우들은 다 그렇고, 성룡이 특히 심하지만, 매염방 역시 데뷔 때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매염방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동방삼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스토리는 하나도 없지만, 여자 셋이서 폼잡는 영화 아닙니까.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커다란 눈이 멋지게 빛나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저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일까요. 그 영화는 글쎄 속편까지 만들어졌답니다).

하여간... 2004년은 매염방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있을 때 한번도 잘해준 적이 없다가 꼭 죽고나면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 몰라도, 하여간 아쉽습니다. 있을 땐 가치를 모르다가 없어지면 허전한 존재, 공기, 물, 그리고 매염방. 안타까워서, 몇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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