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본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노원구에서 강의가 있던 날, 

천안아산역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 배터리가 14%밖에 안남았다는 걸 알게 됐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편의점에 가서 충전을 부탁했는데,

30분 후 휴대폰을 찾았더니 배터리 잔량은 29%에 불과했다.

29만원밖에 없다고 한 전두환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휴대폰으로 하루를 써야 한다니 심난했다.

노원역에 내려서 근처 대중탕에 갔을 때도 내 머릿속엔 배터리 걱정밖에 없었다.


어쩌지 하면서 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건넨다. 

"기생충 박사님 아니세요?"

순간적으로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내가 나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마지못해 맞다고 하니까 반갑다고 다가와서 악수도 하고 그러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친밀감이 반갑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작다고 다른 데 가서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가 호탕하게 웃는다.

"뭘요. 대단하시던데요."


그가 잠시 한눈을 팔 때 잽싸게 빠져나가 찜질방으로 갔고,

20분 후 남탕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때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 그렇게 빨리 나가셨어요?"

그 남자였다.

난 옷을 거의 걸치지 못한 자세로 그와 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그와 명함을 교환했고,

"오늘 본 걸 절대 말하지 마세요"라는 당부를 한 뒤 목욕탕을 나섰다. 

희한하게도 배터리 걱정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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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10-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장소 가리지 않고 아는 척하는군요. 여자들은 서로 곤란하니까 못 본척하는데...하긴 유명인사를 보면 일부러라도 가서 아는 척하고 싶을 듯...ㅋㅋ

마태우스 2017-10-30 07:51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여자분들이 남자보다 더 쑥스러워하는군요. 남자들은 스스럼이 없어서 그런가용.

순오기 2017-10-2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대폰 배터리 걱정하지 않게 보조밧데리인가 뭔가 바로 충전하는 거 있던데...저도 이웃이 줘서 갖고 다니는데 늘 충전을 잘해놔서 아직 써보진 않았네요.

마태우스 2017-10-30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그거 있었는데, 몇번 쓰니까 그담부터 맛이 가던데요 ㅠㅠ 충전기를 늘 갖고다니는데 그날따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