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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에서 강의가 있던 날,
천안아산역에 도착했을 때 휴대폰 배터리가 14%밖에 안남았다는 걸 알게 됐다.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기에 편의점에 가서 충전을 부탁했는데,
30분 후 휴대폰을 찾았더니 배터리 잔량은 29%에 불과했다.
29만원밖에 없다고 한 전두환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이 휴대폰으로 하루를 써야 한다니 심난했다.
노원역에 내려서 근처 대중탕에 갔을 때도 내 머릿속엔 배터리 걱정밖에 없었다.
어쩌지 하면서 탕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내게 말을 건넨다.
"기생충 박사님 아니세요?"
순간적으로 아니라고 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내가 나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마지못해 맞다고 하니까 반갑다고 다가와서 악수도 하고 그러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친밀감이 반갑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렇게 말했다.
"저.. 제가 작다고 다른 데 가서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가 호탕하게 웃는다.
"뭘요. 대단하시던데요."
그가 잠시 한눈을 팔 때 잽싸게 빠져나가 찜질방으로 갔고,
20분 후 남탕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그때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왜 그렇게 빨리 나가셨어요?"
그 남자였다.
난 옷을 거의 걸치지 못한 자세로 그와 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곤 그와 명함을 교환했고,
"오늘 본 걸 절대 말하지 마세요"라는 당부를 한 뒤 목욕탕을 나섰다.
희한하게도 배터리 걱정은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