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놈도 참 징한 놈이다. 출근도 안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속 천국의 계단만 보고 있으니
말이다. 벌써 7회까지 봤으니, 무려 일곱시간을 거기다 투자한 셈인데, 내 성격상 10회까지 못보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본 걸 대충 정리해 본다.
1. 성적 나왔을 때
1회에서 못한 얘기 하나. 정서와 유리가 전학을 온 뒤 처음으로 성적이 나왔다. 유리가 2등을
하자 드라마속 사람들이 모두 놀란다. 하다못해 나도. 난 유리가 정서를 꼬드겨 성적표를
바꿔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이휘향이 묻는다. "정서 넌 몇등이야?"
망설임 끝에 성적표를 내미는 정서, 글쎄 1등을 한거다.
그날밤, 유리는 이휘향한테 열나게 혼난다. "2등이 뭐야, 2등이!"
계단에서 그 말을 듣던 정서, 위로란답시고 이렇게 말한다.
"전학 온 지 얼마 안되서,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런 걸거에요"
당연하게도 이휘향은 정서의 말에 열을 받는데, 나같아도 그럴 거다. 적응 못하긴 둘다
마찬가진데, 그딴 소리를 하는 건 지 잘났다는 얘기밖에 안되잖는가? 다른 부분에서는 유리가
나빴다 하더라도, 그땐 정서가 매를 벌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정말 재수없다.

2. 김범수의 <보고싶다>
드라마 삽입곡은 대개 뜬다. 특히나 이 드라마처럼 대박이 예상되는 경우엔, 배경음악으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다. 그런데, 왜 하필 <보고싶다>일까. 그 노래가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나도 그 노래를 참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한다. 내가 아쉬워하는 건
김범수가 이미 뜰만큼 떠버려, 송년 무대에도 흰옷을 입고 나올 정도가 되었는데 굳이 두번
띄울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차라리 무명 신인의 노래를 틀어 줬다면, 배고픈 한명이 구제되지
않겠는가? 애써서 찾아본다면 더 어울리는 노래를 찾을 수도 있을텐데, 드라마 만드는 분들이
조금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3. 드라마의 억지
다 잊고 보려고 해도 자꾸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미역국 한번
끓여 줬다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게 말이나 되나? "나 좋아 싫어?" 따위의 양자택일적인
질문이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정서가 죽었다고 해서 의붓동생인 유리가 왜 권성우의
옆자리를 차지해야 하는가? 내가 권성우라면 절대 그런 짓은 안할 거다. 그래도 <진실>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는데, 이건 좀 심했다. 지갑 한방으로 시체 확인도 안시키고-최소한
옷가지는 확인해야 하는 거 아냐?-정서라고 단정을 짓는 것도 그렇고, 차에 치면 다친 곳
하나 없이 기억만 잃는다. 이렇게 장기간 계속되는 기억상실이 자주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차에 치면 왜 죄다 기억상실인가? 정서가 차에 치일 때 느꼈다. "다 까먹겠구먼!" 역시나...
기억을 잃은 최지우는 어케 기억을 다시 찾을까? 참고로 <진실>에서는 놀이터 앞에서
차에 치일 뻔하면서 모든 기억이 되돌아온다. 이번에는? 권성우가 최지우한테 아이스링크를
가로질러 가자고 했을 때, "여기다!" 싶었다. 빙판에다 머리를 꽝 하고 부딪히면 옛 일들이
다 생각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헛짚었다. 둘은 아무 일 없이 빙판을 나간다. 그럼 어떻게?
얼마나 또 황당하게 기억을 찾을지 기대가 된다. 되도록이면 황당하길 바라는 내 마음은
뭘까.
4. 외모가 다냐
신현준은 왜 최지우를 좋아하는 걸까. 미역국을 끓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도리를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지우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최지우는 미역국을 끓여준
그 최지우와 외모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다. 사랑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에서 싹튼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공유할 추억이 없다. 그런데도 신현준은 최지우에게 죽고 못산다. 그가 최지우를
좋아한 것은 그러니까 외모만인가? 정서의 따뜻한 마음씨와 서글서글한 성격이 아니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