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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볼 때마다 신기한 건
그가 돈계산에 있어서 철저하다는 점.
작품속 주인공들은 늘 이런 식이다.
“주당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니까 남은 빚이 얼마고 어쩌고...”
<더 잡>도 예외가 아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주인공의 1년 수입은 6만달러에 보너스가 6만,
거기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무려 2만달러...대출 때문에 매달 나가는 이자만 해도 325달러...테니스클럽에 내야 하는 연회비도 795달러나 되었다 (17쪽).”
이런 걸 도대체 왜 시시콜콜하게 말하는지 모르겠다만
남의 가계부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서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넘어갔다.
그런데 222쪽에 가면 양쪽 페이지 전체가 흡사 금전출납부 같다.
자산이 얼마고 부채가 얼마며 최저월간지출이 얼마니까 앞으로 벌어야 할 돈이 얼마라는 게
페이지 가득 나온다.
돈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건 아니지만,
매 책마다 이렇게 수입과 지출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는 걸 보면 좀 의아해진다.
어릴 적에 어렵게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돈 얘기를 하는 건 그의 일관된 특성이니 그냥 넘어가고,
<더 잡>의 문제는 이전 책,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빅 픽처>에 비하면
책의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도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이 위험한 일에 말려들고,
거기서 어떻게 헤쳐나올지가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 책은 더글라스의 작품들 중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점 한 가지.
주인공의 아내가 너무 까칠했으며, 주인공이 어려웠던 시기에 남편을 버리고 다른 곳에 가버리는 등의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아주 잘했다, 이런 건 아니지만-외도는 사실상 버림받고 난 뒤였다-
바깥일을 제대로 설명 안했다는 이유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내한테 집적거린 다른 남자의 입을 빌어 아내가 엄청난 미모라는 걸 암시했지만,
외모보다 중요한 건 성격인데,
좀 생겼다는 이유로 저렇게까지 까칠하다면 내가 버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끝으로 오타 몇 가지.
이야기 흐름과 관계는 없지만 내가 테니스 전문가라 괜히 아는 체를 하고 싶어져서
지적하는 건데,
93쪽을 보면 서브권을 가진 상대가 포티 러브로 앞서다 주인공이 연속 두점을 딴다.
책에는 “서티 포티”라고 나왔지만, “포티 서티”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