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에서 활약하는 베스 바우어는 만 세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세살이면 골프채보다도 키가 작을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하여튼 22살밖에 안되었는지라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이를지 몰라도, 프로데뷔 이래 그녀는 아직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니 3살 때부터 골프를 쳤다고 무조건 신동은 아니다.

통산 37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이미 이름을 건 애니카 소랜스탐은 12살에 골프를 시작했다. 호주의 미녀스타 캐리 웹은 8살 때, 이들과 같이'빅3'로 불리는 박세리는 14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골프계에 입문했다. 박지은은 8살, 김미현은 11살에 데뷔. 그러니까 대부분의 유명선수들은 10살을 전후해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럼 타이거 우즈는 어땠을까? 태어난 지 6개월만에 우즈는 아버지가 공을 치는 걸 보고 그의 스윙을 흉내냈다. 2살 때는 마이크 더글라스 쇼에 출연해 퍼팅을 선보였고, 3살 때 9홀을 도는 동안 48타를 쳤다. 그는 8세 때부터 주니어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으며, 16세 때 프로 투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3살 때 9홀 48타라는 건 도저히 못믿을 일이긴 해도, 프로입문 이래 6년만에 무려 33승을 거두는 등 각종 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를 보면 그렇게 놀랄 것까지는 없다. 신동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선수들이 타이거 우즈를 견제한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가 없었다면 수차례 우승을 거머쥐었을 어니 엘스나 필 미켈슨은 그런 천재와 동시대에 태어난 것을 원망할 수밖에.

아나운서는 돈을 그리 적게 버는 직업이 아니다. 스타 아나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타 중 하나인 김동건 아나운서는 내내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의 아들이 골프선수였기 때문. 우리 나라에서는 골프가 그리 만만한 스포츠가 아니쟎는가.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들 김주헌은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아무리 골프가 40이 넘은 나이까지 칠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김동건이 살아생전 빛을 볼 것 같지는 않다.

생후 6개월밖에 안된 애한테 골프를 가르친다고 해서 아무나 타이거 우즈가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소질이 있는 걸 간파하고 거기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부모들은 곧잘 자신의 자녀로부터 천재성을 발견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게 붐을 이룬다. 어떤 친구는 한달에 9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고 하는데, 일년이면 천만원, 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영어를 구사하는데 조금 유리하긴 하겠지만, 그게 꼭 좋은 일일까? 영어를 잘하게 되는 대신 그 혹은 그녀가 잃는 건 없을까?

한 분야에 집착하는 건 필연적으로 다른 분야에서 갖고 있는 재능을 희생시킨다. 어쩌면 우리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의 심금을 울려 줄 예술인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이거 우즈같은 천재를 제외하면, 뭐든지 열살 때부터 시작해도 크게 늦은 건 아니다. 영어유치원이 붐을 이루는 현상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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