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누군가와 얘기를 하다보니 그의 이빨에 고추가루가 끼어 있다. 이걸 말해 말아 잠깐 고민하다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잘생긴 얘에 대한 복수 차원이 아니라 내가 그 말을 하면 걔가 민망할까봐서다. 물론 내가 말을 해주면 더 큰 민망함을 막을 수 있지만,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걸 콕 집어 지적을 하는 건 영 미안한 일이다. 하여튼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내 이를 거울에 비춰보게 되는데, 역시 식사 후에는 꼭 양치질을 해야 한다. 특히 점심 때.

비단 고추가루 뿐이 아니다. 내 친구 P는 유난히 코털이 긴데, 같이 밥먹기가 거북할만큼 코털이 삐져나온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코털 좀 잘라"라고 할 수가 없는 게, 걔가 민망할까봐도 그렇지만 코털을 자를 가위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해봤자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말을 하다 상대에게 침이 튀는 것도 우리가 흔히 겪는 민망함 중 하나다. 상대가 눈치를 못채면 다행이지만, 손등에 튄 침을 닦는다든지 하면 굉장히 민망하다. 나처럼 혀가 짧은, 그러면서도 말이 많은 사람이라면 침튀는 걸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밥을 먹다가 튀는 일이 생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민망한 건 코딱지다. 평소 신경을 많이 쓰지만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언젠가 교실에서 개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마침 코딱지가 코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나본데, 모여있는 애들이 차마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얘가 '티코'라는 말로 이행시를 짓겠단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코딱지가 태산이구나!" "죽고싶다"란 말 이외에 그 어떤 말로 그당시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없다. 거울이 있다지만 거울을 보는 그 순간 이외에는 뭐가 묻었는지 도통 알수가 없기 마련,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비비고 살아야 한다. 코딱지를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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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7-1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다. 그만좀 웃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