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 생리의학상편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2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 지음, 박선영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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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은 연구자로서 큰 영광일뿐더러 해당 나라에도 경사다.

“유독 우리나라만 노벨상에 목을 맨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어느 나라나 노벨상을 좋아하며,

최다 수상자를 낸 미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는 존경받는다.

이웃 일본만 해도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건만,

우리나라는 딱 한 명, 그것도 평화상이다.

평화상도 좋은 일이긴 하지만, 평화상과 문학상은

그 나라의 연구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도 탈 수 있는 상,

그래서 노벨상을 한두번 받은 나라들은 대부분 문학상과 평화상이다.

우리나라는 이란, 가나, 케냐, 코스타리카 등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우리 소득수준이나 연구 인프라를 보면 과학분야의 노벨상을 두 번 정도는 탔어야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과학 분야에 세 개나 상이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생리의학상 편>을 읽어보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하트웰은 어려서부터 동물 관찰이 취미였다는데,

‘도마뱀은 이빨이 없다’는 동물도감을 보고 도마뱀을 잡아서 입을 벌렸다가

도감과 달리 도마뱀의 이빨에 손가락을 물려 고통을 겼었단다.

HIV의 원인을 밝힌 몽타니에는 집 지하실에서 화학실험을 하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생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이들이

20년, 30년간 지속적으로 한 우물을 파서 노벨상을 탈만한 연구를 해낸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구를 하고 싶어서 의대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그나마도 자신의 뜻이 아닌, 부모의 뜻에 의해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이렇게 출발부터가 다르니 나중에도 정말 좋아서 연구를 하기보단

해야 하니깐, 승진에 필요하니깐 논문을 쓰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

노벨상의 필수요건인 독창적인 연구를 하지 못하고

선진국에서 하는 연구를 따라하는 연구를 하는데 어떻게 노벨상을 받겠는가?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낮다고 대답한 사람이

70%가 넘은 건 작금의 현실로 보아 당연한 일이다.

 

노벨상 타령은 그만하고 이제부터 책 얘기를 잠깐 해본다.

의대 학생들한테 노벨상을 향한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선정했지만,

학생들이 읽기에 너무나도 어려웠다.

어떤 학생의 말마따나 “의학지식을 쉽게 풀어주던지,

노벨상 수상자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던지 했으면 좋았“을텐데

수상자들의 평생에 걸친 업적과 그들의 삶을 열 페이지 정도로 압축해 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책이 돼버렸다.

그래서 학생들의 반응은 “너무 어렵다”가 주가 됐다.

하기야, 연구로 잔뼈가 굵은 내가 읽어도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었으니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생리의학상’ 편은 ‘물리학상’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인데,

‘물리학상’에 딱 하나 올라와 있는 리뷰를 보니 이렇게 돼있다.

“사실 나는 항상 물리학도서를 구입할때 지루함이 걱정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구입한다.

하지만 이 책은 모두가 즐길수 있는 좋은 물리학책이다.

아이큐 148 초등학생인 나에게도 유치하거나 너무 어렵지 않다.“

같은 곳에서 나온 책인지라 난이도가 비슷할텐데

초등학생이 어렵지 않다고 하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이 배운 것보단 아이큐가 중요하다, 뭐 이런 거?

그제야 제목을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그렇다. 여기서 교양인은 아이큐가 높거나 연구에 잔뼈가 굵은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지,

연구와 유리된 삶을 사는 일반인은 해당사항이 없는 거였다.

이 책의 세일즈 포인트가 낮은 걸 보니 다들 알아서 안사는 것 같은데,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학생들한테 읽으라고 권한 걸 뒤늦게 후회하는 나보다, 그들이 훨씬 더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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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5-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의 고은님이 한번 수상하셨으면 좋았을텐데 다음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