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oldhand > 행정 수도 이전 논란을 바라보며

국가 보안법에 대한 찬반 논란은 이해할 수 있다.
비록 개인적으로 국가 보안법의 폐지에 "광화문 깃발론" 운운하며 반대하는 자들의 논리를 전혀 수긍할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그 논의의 중심에는 이념과 사고, 가치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 수도 이전을 놓고 벌이는 논의의 찬반 진영이 국가 보안법에 대한 찬반 진영과 거의 겹쳐진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갖은 이유를 들이댄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겹쳐지는 행정 수도 이전 반대자들의 반대는 내게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 내가 반대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로 밖엔 이해 되지 않는다. 찬성을 위한 찬성도 없지 않아 있을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수도권의 과밀 현상과 서울의 포화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내가 싫어하는 정권의 정책에는 절대 찬동할 수 없다. 그럴 바엔 지방 분권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헌법 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내려지자 마자 뉴스 사이트에 댓글을 달아대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모습에서 나는 이성적 국가 정책 판단 능력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곳에는 단지 정치적 정파의 다름으로 인해 벌어지는 흑백 논리가 있을 뿐이다.

정치를 혐오하고 싸잡아서 정치권을 욕하다가도 정책적 사안에 있어서는 지극히 정파적이고 당파적인 판단을 내리는 유권자들이 많을 수록, 그리고 정책적 사안을 정파적이고 당파적으로 해석하고 대중을 쇄뇌하는 수구 언론이 있는한, 이땅의 정치권에서 정상적인 정치개혁과 건전한 정책대결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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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0-2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정수도가 위헌이란 얘기를 듣고 글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올드핸드님 글을 보니 내가 안쓰기 잘했다 싶다. 이처럼 명확하게 이번 사태를 정리한 글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노부후사 2004-10-2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정말 좋은걸요.

마태우스 2004-10-2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친구분들은 소식 듣고 환호했다고 어머니가 분해하시더군요. 그게 왜 기쁜 걸까요. 노무현이 하는 게 좌절되면 그걸로 기쁜가요? 참 희한한 사람들이예요. 행정수도를 노무현을 위해 하는 건가요? 사실 전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요.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수도를 옮기건 말건 저랑은 별 상관 없는 거거든요. 탄핵 때는 헌재 만세를 외쳤던 애들이 이번 판결에 욕을 바가지로 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번 일에 기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노부후사 2004-10-2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도 나름대로 문제긴 하지만요. 이번 헌재 판결을 보고 절감하는 건 예전에 최장집 교수가 지적했던대로 사회적 사안에 대한 최종판단권을 이제 헌법재판소가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죠. 헌재가 성문화된 법에 의거해 사회적 사안을 다루는 이상 그 영향력이 지대해졌다는 거에요. 전 박근혜가 '법치주의의 위대한 승리' 어쩌구 하는데 정말 뜨악했다니까요. 몇 명 재판관의 양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법치주의'라뇨. 이제 사법부 개혁도 정치권 개혁 못지않게 시급해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으로 부상한 것 같아요. 정말 손은 더딘데 할 일만 많아지는 세상 같네요.

sunnyside 2004-10-22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이 없죠. 전 정말 슬프기까지 하네요. 100분 토론을 보다가 TV를 끄고... 저도 몇 자 끄적거리려다 힘이 빠져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