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개천절, <오! 브라더스>를 봤다. 원래 보려던 건 <스캔들>이지만, 그게 다 매진이라 할수없이 봤다. 웬만한 영화는 다 보는 내가, 250만의 관객이 선택한 이 영화를 안본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남동생이랑 별로 안친한 탓인가? 재미있는 영화는 관객이 많이 들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걸 <조폭마누라>가 잘 보여 주지만, 이 영화는 다행히 볼 만했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다. 헐리우드의 단골 테마인 가족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게 약간 불편했을 뿐이다 (난 왜 이리 가족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캔들>은 별 재미가 없다니, 매진된 게 오히려 잘된 것 같다.

오래 전, <정글쥬스>라는 비디오를 보다가 때려 치우면서, 뭐 이따위 영화가 있나 싶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장혁과 이범수였는데, 내가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장혁의 열성팬이 되버렸는지라 할수없이 이범수를 욕했다. "저놈 때문에 장혁까지 욕봤어..."라면서. 그 뒤 별반 활동을 하지 않는-영화에서 말이다-장혁과 달리, 이범수는 <싱글즈>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이번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으니, '멋있음'은 배우의 성공과 큰 상관이 없나보다. 참고로 그는 내가 "나보다 못생겼네"라고 생각하는 몇 안되는 배우고, 영화를 재미있게 만든 것도 엽기적으로 생긴 그의 마스크였다.

이정재. <모레시계>에서 연기도 못하고 대사도 안돼, 말없이 서있는 역만 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정말이지 일류 배우가 된 듯하다. 장동건이 그렇듯 이정재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느껴지는데, 잘생긴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 누가 당해내겠는가.

칭찬만 하기 뭐하니 옥의 티를 잡고 싶은데, 본지 닷새가 지나서 그런지 뭐가 잘못됐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이쁜 여자가 안나와서 아쉽던...가? 아, 생각났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속도위반에 걸린 둘의 사진이 나오는데, 요즘은 다 조수석 사진을 가려준다. 아니 불륜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할까? 그 덕분에 옆에 정말로 아무도 안태운, 그리고 평소에도 건전한 생활을 하는 내 친구는 부인으로부터 쓸데없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부인: 옆에 누구 태웠어?
친구: 아, 아무도 안태웠어.
부인: 그런데 왜 가려?
친구: 안태워도 가려!

그 친구 부인은 여덟살이나 아래인데, 친구가 유흥주점에 가는 것도 못하게 한단다. 언젠가 갔던 주점의 마담이 친구한테 "만물이 생동하는 5월이어요... 건강하시고, 시간 나면 은희도 보러 오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그 친구, 변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는데, 그 친구처럼 건실하게 사는 사람을 의심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다. 믿을 놈을 믿어라, 이런 말도 있지만, 그 친구는 믿어도 되는데... 진짜로 바람을 피우는 -그것도 많이-다른 친구의 부인은 남편을 철썩같이 믿고, 그런 건 상상조차 못하는 건실한 친구는 철저한 감시 속에 사는 걸 보면, 주기적으로 의심을 하지 않으면 남자는 바람을 피운다, 이런 결론이 성립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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