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부리 > 86번째: 그는 왜 그렇게 변했을까?

 

 

 

 

 

일시: 6월 12일(토)
누구와?: 석달에 한번씩 만나는 멤버들과
마신 양: 무지하게 많이...

난 주정을 그다지 하지 않는다. 딱 한번, 선생님한테 "야 임마!"라고 한 걸 빼면 내 주정이라고 해봤자 자는 게 전부다. 날 일으켜 세우느라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긴 하지만, 다른 주정에 비하면 자는 건 귀여운 수준인 것 같다.

어제 모인 사람들 중 알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회성이 좀 모자라다. 예컨대 우리끼리 만나는 자리에 자기 지도교수를 데리고 오겠다는 발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사람 좋아!"라고 얘기한다. 내가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러는가. 모르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초래되는 어색함이 싫어서 그런 거지. 하지만 그는 모임 중간에 선배한테 전화를 해 오라고 한다든지, 내가 갈비를 산다니까 자기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다든지 하는 일을 다반사로 벌인다( 이거만 가지고 내가 그를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뭘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의 그는 좀 달라 보였다. 채팅을 해서 여자랑 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채팅에서 성공하는 법을 우리에게 강의하기도 했다 (대화방 이름을 '유익하면서도 편안한 방'으로 한다나?). 채팅에서 만난 여자와 지금 열애중이라고 하기도 했다. 얘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생각하는데, 서빙하는 여자애를 보더니 "귀여운데"라고 한다. 그 말이 얼마나 느끼한지, 우리는 모두 몸을 떨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좀 늦게 온다던 여자애가 도착한 뒤부터, 그는 더 이상해졌다. 그 여자애에게 평소 좋아했다고 하고, 은근슬쩍 더듬는 행위를 반복했다. 머리칼에 키스를 했을 때 난 그만 좀 하라고 제지를 했고, 나와 자리를 바꿨다. 그러자마자 뻗어서 자버린다. 아마도 술을 좀 많이 마신 때문일 것이다. 어제 우리는 카드를 뒤집어서 가장 적은 숫자가 나오는 사람이 원샷을 하는, 지극히 단순하고 원시적인 게임을 재미있게 했으니, 취할 법도 하다. 그러니까 그가 했던 행동은 좋게 봐주면 취중에 그런 거로 생각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용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집에 가자고 그를 깨운 뒤에도 여전히 집적거림을 계속했고, 여자애한테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 여자애는 결국 골목으로 숨었고, 그가 간 뒤 나랑 다른 여자분과 셋이서 소주로 3차를 하면서 "그 친구 안되겠다"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사회성이 부족한 거야 봐줄 수 있지만, 술김을 빙자한 성희롱은 나쁜 거 아닌가?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원래부터 그랬는데 우리가 몰랐을 수도 있고, 밤마다 했던 채팅 때문에 인간이 변했을 수도 있다. 광복절날 다시 모이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더라도, 최소한 어제 일에 대해 그 여자애한테 사과라도 하길 바란다.

* 1시반, 1시반, 다섯시, 두시-지난 4일간 나의 귀가 시간이다. 오랜만에 치루는 4연전이 유난히 힘들게 느껴진 건, 바로 살인적인 귀가시간 때문이다. 오늘 아침 테니스를 치고나자 난 그만 뻗어버렸고, 밥도 안먹은 채 오후 다섯시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너무나 달디단 여섯시간의 낮잠이었다.

** 방금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른 사람 전화번호만 가르쳐 달라고 할 뿐, 어제일에 대해 미안했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역시 사회성이 부족한 녀석이다. 사과할 가능성은 0%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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