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에서 송어회에 꽂혀서 한 달 동안 무지 자주 갔었어요.”

일전에 광절열두조충에 걸린 분은 천안 모처에서 송어회를 먹은 게 원인이었다.

그 글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물고기에서 광절열두조충의 유충이 발견된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그저 연어나 송어겠거니,라고 추측할 뿐, 감염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고사하고 감염원조차 정확히 밝혀진 적이 없다니 기생충학자들의 직무유기가 아니겠는가!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싶어 난 그 환자가 다닌 식당 이름을 알아냈고

그가 송어회를 먹었다는 5월이 되자마자 (시기도 중요한 원인일 듯해서)

조교 선생, 연구원 선생님과 더불어 그곳으로 향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대낮인데도 식당은 손님으로 바글바글했다.

손님으로 가장한 우리는 1.5킬로를 주문한 뒤 말을 건넸다.

“이 송어는 산지가 어디인가요?”

주인의 말, “평창에서 잡아오는 겁니다. 다른 데 송어는 맛이 덜해요. 이 야채에 송어를 비벼먹게 된 게 비린내 때문인데, 우리 식당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버무려 먹을 필요가 없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은 친절하게 대응해 우리를 미안하게 했다.


송어회에서 뭔가가 나올 경우의 행동 요령은 이랬다.

1) 실험실로 가져가 사진을 찍는다.

2) 현미경으로 관찰해 광절열두조충의 유충이 맞다고 확인되면 내가 먹는다.

3) 두달 뒤 변검사를 하고 벌레를 꺼낸다.

4) 논문을 쓴다.

물론 그 식당이 어디라는 건 절대 얘기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일체 거절해 평창의 송어산업에 지장이 없게 할 계획이었다 (잘 될까?).

막상 송어가 나왔고, 우리는 맛있게 먹는 대신

젓가락으로 뒤적여가며 송어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안타까운 건 우리가 그 유충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모른다는 사실.

구글을 아무리 뒤져도, 교과서를 봐도 나와있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유충이라 생각하면 다 유충 같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다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빈손으로 가긴 뭐해서 한 두개 비슷한 걸 골라냈다.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이렇게 먹으면 맛이 없게 마련이지만,

이 송어회는 몸살이 나게 맛있었고,

중반이 지나자 난 유충 찾기는 건성으로 한 채 송어의 맛만 음미하고 있었다.

게다가 매운탕은 어쩜 그렇게 맛있는지, 보는 눈만 없었다면 냄비 바닥을 핥고 싶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 것들은 역시 유충이 아니었지만,

그 결과에 실망하기보단 “송어회 정말 죽인다!”만 연발하며 오후를 보냈다.

다음번에 또 가려고 멤버를 모으고 있는 나.

정말 본말이 전도된 송어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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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9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1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vudchs0 2011-07-0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한번 걸려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