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20
김미경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주의적 유토피아, 그 대안적 미래>라는 책은 어느분이 책을 방출하실 때 받았다.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에 대해 비판한다는 게 책을 선물한 사람에게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물한 책을 누군가가 신랄하게 욕해 놓으면, 나 역시 기분이 좋을 것 같진 않으니까. 책을 주신 분이 이 리뷰를 읽을 가능성이 높으니 더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비판을 하련다. 덕담 차원의 리뷰를 썼다가, 그걸 보고 이 책을 읽을지도 모를 또다른 분에게 더 큰 잘못을 범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며, 여기저기서 들었던 공자님 말씀을 반복할 뿐이다. 저자는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들의 기여를 비판하며 여성들이 그에 맞서 저항할 것을 주문하고, 환경파괴를 유발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기도 한다. 남성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남성적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성 당사자가 앞장서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왜 남성학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이 책에서 좀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도 있다. 우리가 일견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결혼 유형에 관한 대목으로, 일부를 인용한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남성들은 자신보다 집안이 더 좋고 더 많이 배운 여성들을 배우자로 삼기를 일단 꺼린다....여성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의 남자를 만나야 하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 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남성들의 지배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남성들이 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 여성들을 데려와 집에서 애 키우고 살림만 하라고 얘기하기에는 너무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저자의 주장이다.
[집안의 배경과 학벌이 아직까지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보다 좀 못한 배경에서 배우자를전에는 여성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여성들이 진정 남편과 시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스러운 결혼을 원한다면, 남성들이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취해왔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곧 자기보다 좀 못한 남자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뒤에다 '진정한 인간해방의 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에게 자기보다 못한 남자를 고르라는 저자의 주장은 좀 뜬금없다. 못하다는 것의 기준이 도대체 뭘까? 덩치가 작은 남자? 외모가 처지는? 앞의 문장으로 보아 집안이 안좋고, 학벌도 더 나쁜 남자를 고르라는 말일게다. 그게 과연 여성해방에 도움이 될까? 내가 아는 사례는 딱 하나밖에 없다. 가방끈이 훨씬 짧은 남자와 결혼한 최보은은 열등의식에 빠진 남편으로부터 신나게 구타만 당하다 결국 이혼했다. 그걸 가지고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긴 무리지만, 남자란 동물은 참 마음이 좁아서, 잘난 부인을 둔 경우 부인이 웃기만 해도 자기를 무시하는 걸로 착각을 해버린다. 더욱이 부인이 잘났다고 해서 온갖 허드렛일을 감수하며 부림을 당할 남편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저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의 대부분을 하는 내 친구는 부인보다 훨씬 학벌이 좋고, 돈도 더 잘번다. 중요한 건 학벌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남자들이 이쁜 여자를 밝히듯, 여자들 역시 멋지고 돈잘버는 남자를 선망할 권리가 있다. 거기다 대고 여성해방을 위해 못난 남자를 고르라고 하는 게 여성주의라면, 그 미래는 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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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30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표지는 멀쩡하니 이쁘구만....검은비님도 혹시, 표지에 혹해서 사신 거 아녜요?

마태우스 2004-05-30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휴, 다행이다. 전 님이 삐지심 어쩌나 걱정했어요^^
진우맘님/아직도 안주무시고 배회하시다니, 평정의 꿈을 여태 안버리신 모양이구료. 적당한 잠은 건강에 좋습니다. 어여 주무시지요.

호랑녀 2004-05-3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이... 저 사람은 사랑을 안 해봤나?
같이 살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정신 차리고 보니까 같이 살고 있던데...
내 계산대로 딱딱 맞아드는 세상은... 재미있을까 재미 없을까?

sweetmagic 2004-05-3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저 책 보고..이거이거 뭐야 ? 무슨 이런....궁시렁 궁시렁 했었습니다.
여담이지만....남자들은 대체 왜 그런데요 ? 막 좋다며 난리치다가도 저 박사과정 중 인데요 라는 말만하면 움찔, 주춤 하더군요.요즘엔 박사들이 널렸다니깐요하며 핏대 세우던 사람들도 말이죠. 어느 분은 그러시던데요. 맘에 드는 사람있으면 학벌을 속여~!! 라구...
기저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의 대부분을 하는 부인보다 훨씬 학벌이 좋고, 돈도 더 잘 버시는 친구 분.... 어디 또 없나요 ???? 제 이상형인데~~

게으름뱅이_톰 2005-10-0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매' 비스무리하게 산 책이었는데, 정말 재미없었어요. 제목부터 고루하더니 끝까지 배신감을 안겨주던 책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