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승호입니다"로 시작되는 메일을 확인했을 때,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 유명한 지승호님? 하는 생각에서. 그런데... 맞다. 결례를 무릅쓰고 그분이 보낸 전문을 공개한다.
[지승호입니다. 메일 한번 보낸다 보낸다 하면서도 천성이 게으른
탓에 이제서야 보내는군요. 마태우스님이 매번 써주시는 서평이
제겐 참 힘이 됩니다. 뭐.. 이번 책 날개에도 인용을 했지만(죄송
합니다. 허락도 안받고 제 맘대로 인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타까
지 났더군요. 사과드립니다) 저한테는 과분한 칭찬입니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노력을 더 할거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그러니까 지승호님은 내가 쓴 서평을 보고 메일을 보내주신 거였다. 인터넷의 소통기능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예찬을 하곤 했지만, 이런 메일을 받고나니 인터넷의 위대성에 대해 감사드리게 된다. 인터넷이 아니었던들 그 유명한 분과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게 가능하기나 했겠는가? 예전에 김정란님으로부터 내가 했던 사소한, 그러나 시간을 많이 투자한 일에 대해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도 오늘과 비슷한 심정이었을게다. 아, 위대한 인터넷이여!
놀랄 일은 또 있다. 지승호님의 메일 중 "이번 책날개에도 인용을 했지만"이라는 구절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책장에 꽂아둔 책을 꺼낸 뒤 날개 부분을 폈다. 그랬더니...
[...내가 두번째 인터뷰집을 냈을 때 '마테우스'라는 분은 이런 극찬을 해주셨다. "내가 보기에 진짜 아티스트는 인터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지승호님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인터뷰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제대로 된 인터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거다" 물론 자랑하려고 썼다. 하지만 진심을 말한다면 '마테우스'님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난 내가 아직 아마추어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랑과 겸손에 연연해하지 않게 된다면, 그 땐 이미 나도 프로가 되어 있겠지]
책날개를 미리 안본 게 다행이다. 사전 정보 없이 책날개를 봤더라면, 심장이 약한 나로서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 변정수님으로부터 메일을 받고도 "영광, 영광!"을 외쳤었는데, 저 높은 곳에 있는 저자 분들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건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마이리뷰 열편을 쓰면 상품권을 주는 게 탐이 나서, 혹은 나중에 명예의 전당이라도 들어가 볼까 하는 마음에 서평을 열심히 쓰고 있지만, 가끔씩 생기는 이런 일들은 나로 하여금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주며, 허접스러운 서평은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년 2월이면-혹은 3월이든지-고대하던 내 책이 나온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책이지만 누군가 내 책에다 서평을 써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호의적이든 비판적이든, 서평을 쓴 분들의 서재에 일일이 찾아뵙고 감사를 드릴 생각이다. 내가 지승호님같은 스타는 아닐지라도, 저자로부터 그런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