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평론가 홍기돈가 쓴 <페르세우스의 방패>에 나오는 얘기다.
[어느날 홈페이지를 보니 강의를 듣는 한 학생에게서 질문이 올라와 있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다니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수강하는과목 중 소설가 김영하의 강의도 하나 있는데, 김영하가 요구하는 과제가 좀 이상합니다.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와 박형욱의 <동정없는 세상>이 소설이 아닌 이유에 대해 써서 제출하라'는 것이 과제 내용입니다. 서평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그 작가와 작품을 무시하는 것이지요. 도대체 이런 게 과제로 성립될 수 있습니까? 이게 만약 과제로 성립한다면, 그건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170쪽)]

여기에 대해 홍기돈은 이렇게 답했는다.
[김영하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위에서 언급된 이지형과 박형욱은 각각 5회, 6회의 수상자다. <나는 나를 파괴할...>은 좋은 작품이다. 신인에게 응당 요구되게 마련인 치열한 작가의식이란 점에서 보자면 나머지 두 작품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어떤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이게 소설이 아닌 이유에 대해 써서 제출하라"는 과제가 과연 가능한가.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가능하다"라는 것입니다...]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에 충만한 김영하, 그의 책을 언제나 재미있게 읽는 나로서는 그런 거만함마저도 사랑하게 된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지금까지 읽은 그의 소설 중 가장 재미있다. 단편들 하나하나가 나름의 재미가 있어 맛있는 쵸코렛을 아껴먹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워낙 문학에 문외한이라 이 책이 문학적으로 어떤 결함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설을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은 재능일 듯 싶다.

그의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 하나. 유부남인 감독 지망생이 꼬셔서 한번 잔 미녀 소설가에게 한 말이다. [유부남은 누가 찔러주고 간 뇌물 같은 거야. 처음엔 짜릿한데 오래 하면 지저분해져. 그러니 그냥 인생을 즐겨]
후후, 이런 건 어떻게 하면 많은 여자랑 자볼까 하는 유부남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닌가? 그런 걸 이렇게 멋진 말로 표현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이 너무 재미없다면,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으며 김영하에게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참고로 책 뒤에는 여느 책처럼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붙어 있는데, 난 그걸 읽지 않았다. 그런 해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의 여운을 즐길 기회를 박탈하니까. 그냥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판단하게 하면 안되는 걸까? 25페이지에 달하는 해설이 없다면, 출판비도 더 싸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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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1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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