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기자이신 나뭉님이 DVD21이라는 잡지에 쓴 글입니다. 너무 맘에 들어 퍼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맘에 드셨으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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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문에는 심은하의 컴백 기사가 대서특필 돼있다. 은퇴한지가 벌써 5년이 흘렀거늘 그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최근에는 이혼하고 잠적한 고현정의 기사가 스포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가 잦은 걸 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예계를 떠난 여배우에게 왜 이렇게들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걸까?

한마디로 한국 영화계에 쓸만한 여배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쓸만한 여배우는 왜 없는 것일까?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휩쓸고 있는 두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만 보더라도 매력있는 여자의 역할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게다가 소위 대박의 신화를 열었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를 받쳐주는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배우가 자라날 토양이 척박하다.

물론 <바람난 가족>, <피도 눈물도 없이>처럼 여배우가 전면에 나섰던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묘한 포즈의 문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인상적인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영화에서 문소리가 맡은 호정은 연기보다 오히려 벗은 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이었다. 또한 <피도 눈물도 없이>는 독불로 분한 정재영의 역할이 전도연, 이혜영을 압도하였다.

그나마 지난해 영화를 돌아보면 <스캔들>, <싱글즈>, <장화, 홍련> 속의 여성 캐릭터가 꽤나 인상 깊었더랬지만 역시 부족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한국영화계에는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미비하고 그로 인해 쓸만한 여배우는 한정되어 있으며 그 결과 영화계를 떠난 왕년의 스타에 목을 매는 기이한 경우가 연출되게 된 것이다. 심은하, 고현정에 목 매는(?) 현상이 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남성영화 제작 위주 풍토 속에서 이상적인 역할을 갈구하는 여배우가 충돌하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바로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둘러싸고 발생한 명필름과 김혜수 간의 대립이다.

당시 여론은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확정한 상태에서 사극 <장희빈>의 겹치기 출연을 강행한 김혜수의 행동을 나무라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이 도의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혜수의 그 같은 결정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바람난 가족>에서 맡은 역할은 여자주인공. 앞서에서도 말했지만 그 역은 그동안 김혜수가 쌓아온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것으로 상당한 희생을 요구하는 역할이었다. 게다가 영화가 말하고 있는 바는 남성 가부장 사회의 해체. 그에 반해 TV 사극 <장희빈>에서 김혜수가 연기하게 될 장희빈은 여배우라면 누구나가 한번 쯤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궁중 암투의 중심에 서서 이를 조정하고 지시하는 적극적인 역할. 영화사측과 갈등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의 원인이 여성 캐릭터의 부재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매력있는 여성 캐릭터의 증가만이 이를 해결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주연급 여배우의 부족현상은 계속 될 것이며 그로 인한 심은하, 고현정과 같이 은퇴한 배우에게 목 매는 현상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욱일승천하는 한국 영화계여, 이제는 여배우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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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껄 2004-04-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뭉님이 자기 펌글에는 코멘트가 존나(딴지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없다고 시무룩해서 제가 하나 남깁니다. 이렇게 해서 나뭉님 가슴에 존나(역시! 딴지체) 대못이 박힐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