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을 읽으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우려먹는 재주가 대단하다는 거다. 그녀가 쓴 책 중에는 자신의 과거를 담고 있는 게 몇권 되는데, <두려움과 떨림>은 자신이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사랑의 파괴>는 중국에서 보낸 유년기의 경험을, 그리고 이번 책은 그녀가 태어나서 세 살 때까지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내 과거를 아무리 뒤져봐도 책한권이 나오기 힘든 판인데, 외교관 아버지를 두긴 했지만 나보다 삶의 경험이 적은 노통이 자신의 과거를 여러 권의 책으로 만드는 걸 보면,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끌어내는 게 바로 유명작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의하면 노통은 어릴 적, 공주병에 빠져 있었나보다. [내가 없었을 때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슬펐을까(76쪽)....누군들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우선 충직한 신도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주었다. 탐이 날 만큼 아름다운 나비처럼 빙글빙글 돌면서...(80쪽)....막달라 마리아가 에수의 무릎으로 와락 달려들어 긴 머리를 발에 비비는 모습이 좋았다. 누가 나한테도 그렇게 해줬으면 했다 (122쪽)] 지금도 미인 축에 들지만, 공주 같은 외모로 미루어 볼 때 어릴 적의 노통은 더 이뻤을 것 같다. 아기 때 이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렇지 못했다. 식탁 옆에 걸려있는 내 100일 사진은 아무리 봐도 한숨만 나온다(그때에 비하면 지금이 오히려 나을 정도다). 세 살 때 이미 대부분의 말을 깨우쳤다는 그녀의 주장도 지금 노통이 보여주고 있는 천재성을 감안하면 사실로 느껴진다.
숨막히는 일본 사회의 관료주의를 비판한 <두려움과 떨림>에서도 그랬지만, 노통은 일본 사회에 대해 확실히 적의를 품고 있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자신이 바다에 빠졌을 때, 일본 사람들은 모두 수수방관했다고 한다. [누구든 절대로 목숨은 구해주지 않는다는 일본의 오랜 전통에 충실한 나머지, 가만히 서서 나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86쪽)...목숨을 구해주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속박하는 것이다 (82쪽)]
설마, 정말로 그럴까 싶다. 하지만 몇 년 전 다른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차에 치어 죽은 이수현 씨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보였던 찬사를 생각해 볼 때, 남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그 나라에서는 그다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게 노통의 말대로 '상대방을 속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 목숨을 아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남자를 잉어에 비교하는 등 그녀의 책마다 나오는 남자혐오증을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하여간 책이 매우 발랄하고 깜찍해, 지루한 책을 읽다가 머리를 식힐 목적으로 읽기에는 적당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