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조원규 옮김,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 북라인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분의 리스트를 통해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를 읽게 되었다. 그분은 '웃다가 죽으리라'는 리스트에 이 책을 올려 놓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잔잔한 미소가 나올 뿐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마도 이건 얼마 전에 읽은, 역시 독일 작가에 의해 씌여진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탓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에 나오는 유머의 강도가 너무도 셌기 때문에, 웃음의 역치가 올라가 버린 것 같다. <세상은>의 얘기들이 너무도 기가 막혀 웃음 말고는 다른 감정을 유발시키지 못한 반면, 이 책의 주인공은 나와 같은 소시민이며, 그래서 공감과 동정이 간다.

예컨대 이 책에 수록된 <내 손이 나를 떠났을 때>는 베르베르의 <나무>에 나오는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데, 베르베르의 것이 엽기적이고 공포스러운 것이라면, 이 책의 저자인 악셀 하케가 그리는 손은 따뜻한 친구 같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대체로 다 그런 식인데, 주인공은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곤 한다. 그의 행동이 내게 공감과 잔잔한 미소를 불러일으키는 건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주인공이 아내와 가끔씩 한다는 게임은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이 한번씩 해봄직하다.
[가끔씩 파올라(주인공의 아내)와 나는 게임을 한다. '우린 지금 막 사귀었어요'라는 게임이다. 우리는 이제 막 알게 되어 저녁 극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이인 척한다. 나는 매점에서 땅콩을 산다. 포장을 뜯으며 내가 말한다. '땅콩 종류가 심장병 있는 사람한테 좋다더군요' '심장 쪽이 좋지 않으신가봐요' 파올라가 묻는다.

나: 당신 옆에 앉아 있을 때만 그래요
그녀: 땅콩 종류는 정력에도 좋다네요.
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안먹는 거예요.
....영화가 끝나고 나는 파올라에게 집에 데려다주어도 되냐고 묻는다. 그녀가 허락을 하면 우리는 곧 우리집 건물 앞에 서게 된다. '아, 당신도 여기에 살아요?' ...우리는 놀란다(96-97쪽)]

정말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지 않는가? 모르긴 해도, 악셀 하케는 파올라와 재미있고 단란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리 외모, 외모 해도, 인생을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약간의 유머가 아니겠는가. 아마도 하케는 좋은 남편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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