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추천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아무리 내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들,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은 30%로부터는 욕을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영화추천, 맛있는 집 추천도 사실은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지만, 워낙 전통이 오래되었고 전문가들이 많아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거다.

알라딘 서재를 찾아다니다 다음과 같은 서평을 읽었다.
[몇장을 채 못읽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웃음같은건 나오지 않을 상황에 빠져있던 나인데 나도 모르게 허 하고 웃음이 나왔다]

웃기는 책을 쓰지는 못해도 착실히 사보긴 하는 난 이걸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당장 주문했고,배달된 다음날부터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기차 안에서 혼자 깔깔대고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는데, [실황중계]라는 단편에서 그만 웃음보가 터져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 나에게 쏠렸지만, 웃음이라는 게 한번 터지면 못말리는 거 아닌가. 족히 십분은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고 나선 다음 칸으로 건너가야 했다. 나도 체면은 따지는 사람이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저자처럼, 이 책을 쓴 호어스트 에버스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태에 맞서 '느림'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런데 그게 좀 심하다.
[친구:호어스트, 얼굴이 그게 뭐니? 좀 밖으로 나가고 그래..'
호어스트: 어어, 그게 말야, 쉬는 것도 힘들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그러니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
1) 자신이 게으른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분
2) 엽기, 황당 유머를 좋아하는 분
3) 그밖에 삶이 무료하다고 생각한 분들

책의 한 부분이다.
[아침 8시. 전화와 자명종이 동시에 울린다...페터(사람이름)다.
'잘 잤어? 아침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
'그으래? 당연히 가야지! 언제 갈까?'
'10시쯤 어때? 음, 그런데 공교롭게도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거든. 미안하지만 네가 올 때 뭣 좀 사올래? 그럼 이따 봐!'(16쪽)]

이 대목에서 웃었다면 코드가 맞는 거고, 책을 읽는 내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단, 공공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 나처럼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으니까. 책을 쓴 호어스트 에버스는 물론이고 미리 서평을 씀으로써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게 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참고로 지은이는 67년생의 독일인인데, 책을 읽기 전에는 냉소적으로, 약간은 무섭게 느껴지던 책 날개의 사진이 다 읽고 나자 장난꾸러기처럼 보인다. 외모에도 선입견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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