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책을 몇권 읽어 봤지만, '재미'라는 면에서만 보면 이 <로베르 인명사전>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대단히 훌륭하다, 이런 건 아니다. 흥미진진하고 주인공이 뭔가 큰일을 해낼 것같은 초반부에 비하면 결말은 너무도 맥이 빠지는데, 도대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밖에 느낀점을 몇개만 써본다.

1) 노통은 쓰는 소설마다 '작가 자신의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책 뒤에 나온, 강렬한 눈빛을 가진 노통의 사진을 보니까 소설에서처럼 그녀의 어릴적 꿈이 발레리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그녀의 눈은 소설에서 강조되는 '발레리나의 눈'인 것 같다.

2) 책에 나오는 사람 중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나같이 이상한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해, 꼭 '사이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3) 공주병에 대한 노통의 생각은 이렇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다고 해서 누구한테 해가 된단 말인가? 오히려 그들은...서글픈 상황에 처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셈이 아닌가?(38쪽)'
나 역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주병이 웃음거리가 되는 원인은, 구성원들 모두가 자기 비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을텐데.

4) 우정에 대한 말, '아이들에게 있어서 친구란 자신을 선택한 존재다....아이들에게 우정은 최고의 호사다(60쪽)' 이 말은 어른에게도, 아니 어른이 될수록 더 절실히 느껴진다. 친구를 소중히 여기자.

5) 소설마다 나오는 노통의 남성 비하는 여전하다.
'평생에 걸쳐 남자들이란 남들 앞에서는 큰소리로 헐뜯어대는 이야기를 혼자 수음을 할 때면 떠올리는 족속이 아닌가(88쪽)'

6) 사랑에 대한 견해, '만약 마티외가 그런 제안을 했다면 플렉트뢰드(주인공)는 인생의 7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었으리라(100쪽)'
그러니까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는 일은 어리석다. 당장은 망신을 당할지라도, 밑져야 본전이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다면 과감하게 고백하라.

7) '그녀(어머니)는 플렉트뢰드를 통해 그 야망을 대리만족시키고 있었다(131쪽)'
어머니가 자식을 통해 인생을 보상받으려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무리 정을 줘도 자식은 자식,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가꾸자.

결론: 난 175페이지에 글자도 큰 이 책을 한시간 남짓만에 읽었다. 그 짧은 즐거움을 위해 쓰기엔 7천원은 너무 비싼 게 아닐까? 나야 노통의 팬이고, 알라딘에서 할인받아 책을 샀으니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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